코로나 사태에도 삼성바이오·셀트리온 잘 나가는 이유
by노희준 기자
2020.04.12 17:01:17
치료제 생산설비·의약품재고 확보 속 기회포착
코로나 치료제 생산설비 확충 전쟁 이미 시작
세계 최대 생산능력 삼성바이오 잇단 수주 입질
셀트리온 시밀러 3총사 재고 확보 문의 잇달아
램시마SC, 병원 안가고 자가투여 가능 경쟁력↑
[이데일리 노희준 박일경 기자] 바이오 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이 코로나19 사태 속에 기회를 잡고 있다는 평가다. 세계 제약·바이오업계가 선제적으로 의약품 생산과 제고 확충에 나서고 있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 이후의 핵심 문제인 생산과 관련해 잇단 수주 입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역시 팬데믹 속에서 거래처의 재고 확보 문의를 잇달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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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 치료제 생산기지’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0일 미국 생명과학기업 비어(Vir) 바이오테크놀로지와 4400억원(3억6000만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중화항체 위탁생산 확정의향서(Binding LOI)를 체결했다. 회사가 2016년 상장한 이후 체결한 수주건에서 단일공시 기준(원화)최대 계약이다. 주목할 점은 비어사가 아직 치료제 개발을 끝내지 않은 곳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생산시설을 미리 확보하는 차원에서 삼성과 손을 잡았다. 조지 스캥고스 비어사 CEO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치료제 수요가 느는 상황에서 대량생산 설비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시작된 코로나 치료제 ‘생산설비 확보 전쟁’의 한 단면이라는 평가다. 치료제 개발 이후에는 안정적 생산이 핵심 과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세계 최대 생산능력은 큰 장점이다. 실제 비어사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은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에서 생산된다. 3공장은 18만 리터의 생산능력으로 단일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비어사 외에도 다른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업체와 위탁생산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태한 사장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올해 목표로 내건 ‘위탁생산 12건, 위탁개발 18건’ 이상의 추가 수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대규모 수주가 터져나오면서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에도 청신호가 커졌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올해 삼성바이로직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9340억원, 2000억원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대비 33%, 118% 증가한 규모다. 이미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7016억원과 영업이익 917억원을 기록,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 인천광역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셀트리온 제2공장. (사진=셀트리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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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역시 치료제 개발 외에도 코로나 국면에서 램시마(자가면역질환치료제), 트룩시마(혈액암치료제), 허쥬마(위암ㆍ유방암 치료제) 등 기존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판매 확충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셀트리온 제품을 팔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해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파트너사들의 선제적 재고 확보는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의약품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으로 유통채널에서 안정적 재고를 확보하고 싶어하는 문의들이 계속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는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3총사’의 특성상 적기 투약이 필수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 그룹의 바이오시밀러는 질병의 완화 정도가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돼야 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투약 시기를 놓칠 수 없는 항암제 위주의 의약품”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피하주사형)는 자가 투여가 가능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병원에서 맞아야 하는 정맥주사형(IV)제형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셀트리온은 삼성증권 예측에 따라 올해 1조5680억원, 영업이익 628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 견줘 매출과 영업이익이 39%, 66% 불어나는 규모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액 1조1285억원, 영업이익 378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셀트리온은 치료제 개발에도 뛰어든 상태다. 셀트리온은 항체 치료제 개발을 위한 2차 후보 항체군 선별 작업을 다음주 마무리하고 바로 세포주 개발에 착수할 전망이다. 당초 일정보다 2주일가량 빠른 속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