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질 순 없다"…증권업계, ISA 목표치 할당 논란

by이재호 기자
2016.02.21 12:49:36

최대 10만좌 목표 제시, 직원 1인당 할당량까지
과열 경쟁 우려…금감원 "시장 모니터링 강화"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가 임박하면서 금융투자업계가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판촉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별로 최대 10만좌의 목표치를 수립하고 직원 1인당 할당량까지 제시하는 등 과열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주 앞으로 다가온 ISA 출시에 대비해 증권사별로 상품 판매를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내부적으로 판매 목표치를 수립하고 사전예약 등 계좌 유치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NH투자증권(005940)과 신한금융(055550)투자는 업계 최대인 10만좌 유치를 목표로 세웠다. 하나금융투자와 현대증권(003450)은 3만좌를 목표로 내걸었다. 다른 증권사들도 업계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판매 전략 및 목표 수립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ISA 물량을 할당하는 곳도 있다. 한 증권사는 영업직의 경우 100좌씩 팔도록 했고, 또 다른 증권사는 직원 1인당 30좌를 제시했다.

증권사들이 ISA 계좌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상품 출시 초기에 대세가 판가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한 곳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만큼 초기에 계좌를 유치하지 못하면 이후에 추가 유치 기회가 없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일임형 ISA 판매를 허용하면서 증권사들의 입지가 좁아진 것도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SA 판매 기간은 오는 2018년까지로 여유가 있지만 한 번 가입하면 5년 동안 해지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출시 초기가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지점이 압도적으로 많은 은행이 신탁형과 함께 일임형까지 판매할 수 있게 돼 증권사들이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ISA 판촉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무 부담 가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증권사 직원은 “ISA 계좌 하나를 개설하는데 평균 30분 정도 걸린다”며 “현재 회사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각 지점의 영업 직원들이 하루 8시간씩 30일 이상을 일해야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는 ISA 계좌 개설 업무를 지원할 단기 계약직까지 채용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1년제 계약직 채용을 위한 원서 접수를 오는 28일까지 진행한다. 지점 창구에서 ISA 계좌 개설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다. 1년 내에 ISA 가입이 대부분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계약 연장 가능성은 낮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노조에서 ISA 계좌를 개설할 인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해 단기 계약직을 채용하게 됐다”며 “계약기간 1년이 지난 뒤 연장 여부는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모든 증권사가 ISA 계좌 유치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산관리 조직 및 인력 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ISA 가입 수요가 몰리는 게 오히려 부담스럽다. 업계 내에서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교보증권(030610) 관계자는 “ISA 출시를 앞두고 별도의 판촉 활동은 벌이지 않고 있다”며 “중소형 증권사들 상황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ISA 제도 도입 관련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국 관계자는 “증권사별 ISA 담당자들과 만나 시장 동향을 청취하고 있다”며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다양한 사항들을 들여다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