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 때문에...회사채 시장에 '후폭풍'

by하지나 기자
2013.10.09 19:00:51

비우량 회사채 스프레드 확대..리테일 소화 불투명
일부 기업 회사채 발행 대신 상환 결정

[이데일리 하지나 경계영 기자]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신청 후 후폭풍이 거세다. 회사채 신용등급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비우량 회사채 시장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8일 동부제철은 2년물 회사채 400억원 발행에 앞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9.50%에 발행금리를 결정했다.

지난 1일부터 희망금리밴드의 상단을 민평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하고, 밴드폭을 20bp(0.01%포인트)로 확대 하는 수요예측제도 개선안이 반영된 탓도 크지만, 최근 불거진 동양그룹 사태의 영향도 적지 않다.

이미 동부제철(BBB)의 2년물 개별 민평금리는 10.07%에 달한다. 동일만기 동일등급의 회사채 민평금리가 6.71%라는 것을 감안하면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등급간 스프레드 차이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6월초 대비 ‘AA’등급의 국고채와 회사채 스프레드가 17bp 벌어진 것에 비해 같은 기간 ‘BBB+’등급의 경우 19bp나 확대됐다.

이번 동부제철이 발행한 회사채의 경우 정책금융공사 단 1곳이 참여해 199억원의 물량을 인수했다. 사실상 실질적인 시장 형성이 됐다고 보기에도 어렵다. 특히 인수단인 유진투자증권과 동부증권이 인수한 나머지 미매각 물량을 리테일을 통해 소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근 동양그룹 사태를 지켜본 개인투자자들이 선뜻 투자에 나설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동양그룹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5만여명, 금액은 1조7000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크레딧 시장 관계자는 “고금리 채권 수요자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동부제철이 시장상황을 어느정도 반영하고 발행에 나선 것이겠지만 시장의 반응이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매채권시장에서도 비우량 채권의 거래는 뜸한 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장내 소매채권시장에 동부제철, 동부CNI 등 동부계열사 22종목이 매물로 나왔지만 이 중 계약이 체결된 것은 8개에 불과하다. 한진해운, 롯데건설, SK해운, 아시아나항공, 현대상선 등 취약업종으로 꼽히는 종목또한 매매거래가 체결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몇몇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계획을 접고 상환키로 결정했다. 이달 3000억원의 만기도래를 맞는 대우건설은 지난달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나머지는 상환하고, 현대산업개발은 이달 만기를 맞는 2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모두 현금 상환할 계획이다. 대성산업도 디큐브시티, 동부제철은 당진 항만 등을 매각해 회사채 일부를 상환할 예정이다.

김수양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동양그룹 이슈는 6월 이후 미국 연준의 출구전략 시행에 대한 시장 내 불안감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크레딧 이벤트”라며 “국고채 금리 및 크레딧 스프레드가 상승 기조에 있어 하위등급 회사채의 투자매력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