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강종구 기자
2005.10.31 12:00:00
단기화에 법인비중 높아 금융불안 원인 가능
연말까지 220조 시장..장기 성장전망 밝아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국내 간접투자자산(펀드) 규모가 올해 200조원을 돌파했지만 여전히 머니마켓펀드(MMF)와 단기채권형 펀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단기투자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개인보다는 법인영업 비중이 훨씬 크고 펀드규모도 너무 작아 금리가 크게 변동할 경우 대규모 자금이동 등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자산운용업 현황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국내 45개 자산운용사가 운용중인 펀드(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의 총규모는 200조1000억원으로 올들어 13조10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8년 195조원에 달했던 펀드규모는 외환위기 이후 주가급락과 투신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2000년말 138조원수준까지 줄었으나 지난해부터 급증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총 펀드규모가 커졌지만 주식형 펀드 비중이 큰 외국과는 달리 초단기펀드인 MMF와 단기채권형 펀드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MF비중이 34.8%에 달해 미국의 22.4%, 영국의 0.8%, 일본의 4.9% 등에 비해 월등한 수준이다. 6개월만 보유하면 환매수수료가 면제되는 단기채권형 펀드를 합할 경우 총 펀드규모의 51.0%에 이른다. 다만 올들어서는 저금리기조가 끝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손실이 우려되는 채권형 펀드에서 21조원이 감소했다.
주식형 펀드는 올들어 130%(11조2000억원)나 급신상했지만 여전히 전체 펀드자산의 9.9%에 불과하다. 미국의 55.2%, 일본의 78.9%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고객도 개인보다는 법인 비중이 크고 개별펀드의 규모는 너무 작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34.5%로 지난 2003년말 29.6%에 비해 다소 높아졌지만 미국의 53%나 일본의 71%와는 격차가 매우 크다. 또 펀드당 규모는 고작 288억원으로 1조원이 넘는 미국의 34분의 1, 1620억원인 일본의 5분의 1 수준이다.
김동일 한은 금융안정분석국 대외업무팀 팀장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낮고 펀드가 단기화돼 있어 앞으로 금리변동시에 대규모 자금이동 등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형펀드는 분산투자가 곤란하고 회계감사대상에서 제외돼 투명성이 낮다"며 "펀드수 과다에 따른 관리비용 증가 등으로 적정 수익률을 창출하기에도 어려움이 야기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운용사는 일부 대형사를 빼면 대부분 영세한데다 펀드시장이 활황을 보여도 운용사보다는 증권사나 은행 등 판매사 좋은 일만 시키기 일쑤다.
국내계 36개사와 외국계 9개사를 합해 총 45개 운용사의 총 자산은 1조6000억원으로 1사당 평균이 355억원에 불과하다. 또 상위 5개 대형사가 45.5%의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45개 운용사 전체의 순이익은 지난 2004회계연도(2005년 3월 종료)에 270억원으로 전 회계연도에 비해 70.1% 급감했고 14개 운용사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운용보수가 높은 주식형 펀드 비중이 낮고 주식형보다 보수율이 20~25% 수준에 불과한 MMF나 채권형 펀드 비중이 높은 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운용보수율은 지난해중 0.18%에 불과해 미국의 0.49%에 비해 크게 낮은 상황이다. 반면 펀드를 팔아주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의 판매보수는 운용보수의 3ㅐ에서 5배에 달해 자산운용사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은은 그러나 향후 자산운용시장의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낙관했다. 연말까지 220조원으로 총 펀드규모가 늘어나고 외국계들이 공격적인 영토확장에 돌입할 것이란 예상이다.
김 팀장은 "국내총생산(GDP)에서 펀드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4%로 독일이나 일본보다는 높지만 미국이나 캐나다 보다는 크게 낮다"며 "가계금융자산 1082조원중 증권(주식, 채권, 수익증권)의 비중이 17.7%로 미국의 3분의 1수준이라 간접투자시장의 성장잠재력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말 퇴직연금 제도 시행 이후 장기투자자금의 간접투자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외국계 운용사들이 지금까지는 국내 시장의 교두보 확대에 치중했으나 앞으로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