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회계·기금 `반쪽짜리` 통폐합

by이정훈 기자
2005.05.20 15:26:11

존치 특별회계·기금數, 당초 계획보다 22개 늘어
기-신보 통합과제, 참여정부 이후로 유보
재정운용 효율성과 투명성 제고엔 `보탬`

[edaily 이정훈기자] 국가재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참여정부가 추진한 특별회계와 기금 통폐합이 당초 야심한 기획에서 한 발 물러난 절충적인 방안으로 결론났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 당초 목표로 했던 것보다 22개 많은 특별회계와 기금이 남게 됐고, `뜨거운 감자`였던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간의 통합 계획은 오는 2007년에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특별회계·기금 15개 통폐합..효율성·투명성 높아질 듯 정부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특별회계 19개를 11개로 축소하고, 기금은 7개를 없애거나 민간으로 이관해 57개를 50개로 줄이기로 하는 특별회계 및 기금 정비방안을 확정했다. 결국 총 76개였던 특별회계와 기금은 61개로 줄어드는 셈. 특별회계와 기금중에서 일반회계에서 운영이 가능하거나 비슷한 취지나 성격으로 통합이 가능하고 민간에서 효율성이 높일 수 있는 것은 없애거나 통합하고 이관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정부는 또 복권과 경정, 경륜 등 사행성 관련 수입을 통합해 관리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키로 했다. 복권수익금을 배분받고 있는 근로자복지기금과 과학기술진흥기금 존치 여부는 복권수익금 활용방안 재검토와 연계해 연내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 물론 이처럼 특별회계와 기금이 통폐합되더라도 관련 사업은 여전히 유지된다. 다만 특별회계와 기금으로 들어간 정부 재정이 각 부처별 일반회계로 직접 지원되는 형식으로 전환될 뿐이다. 실제 매년 300억원 정도의 자금을 가지고 운영되던 여성발전기금의 경우 여성부의 예산으로 편성돼 동일한 사업을 진행하게 되며, 오히려 기금보다 더 많은 예산이 내년에 편성되기도 했다. 다만 달라지는 것은 특별회계와 기금간에 자리잡고 있던 칸막이가 사라진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소위 한 쪽에서는 돈이 남고 다른 한 쪽에서는 모자라는 현상이 사라지게 돼 급하지 않은 사업에 재정이 낭비되거나 급한 사업에 자원이 모자라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자금 소요가 없으면서도 재정을 적립하고 있던 일부 특별회계와 기금이 부처 예산으로 책정됨으로써 예산처와 국회로부터 보다 면밀한 감시를 받게 되며 이는 경비 절감이나 효율적 투자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윤성식 위원장은 "이번 정비작업으로 재정의 칸막이식 운영이 대폭 축소돼 재원배분의 우선순위에 대한 검토를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며 "재정운용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통폐합 강도 `한발 후퇴`..기-신보 통합도 `미온적` 이처럼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긴 하지만, 사실 이번 정부의 정비방안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금운용평가단이 발표한 `기금존치평가 결과보고서` 내용에서 상당 부분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정부는 특별회계와 기금중 15개를 통폐합해 기존에 총 76개였던 특별회계와 기금을 61개로 줄이려는 것인데, 지난해 기금운용평가단은 39개로 줄여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어 당시 목표에 비해 22개가 더 늘어난 셈이다. 조성일 기금운용평가단장은 "이번 정비안에서는 4대강 수계기금와 같이 계정만 나누거나 기금 자체를 나누거나 큰 차이가 없는 경우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고 일부 기금의 경우 복권기금과 돈을 배분하는 문제가 있어서 복권수입에서 보장받는 자원 배분이 이뤄지지 않아 보다 시일을 두고 검토키로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18개에서 7개로 폐지 기금 숫자가 줄어들면서 7개 기금을 없애더라도 기금사업비는 5060억원 밖에 줄어들지 않게 된다. 이는 올해 책정된 기금사업비인 68조4000억원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뜨거운 감자`였던 기보와 신보간 통합 문제도 오는 2007년에 다시 검토키로 함에 따라 사실상 참여정부 내에 통합을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단장은 "신용보증기금은 일반보증업무를, 기술신용보증기금은 기술평가보증업무를 하도록 돼 있는데, 사실상 기술신보의 기술보증 규모는 전체 보증의 5%에 불과해 두 기관의 차별성을 논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꼬집기도 했지만, 당장 결정하는데는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신용보증기관의 사고가 늘어나고 있는데 불공정한 보증심사와 보증비리, 사후관리 부실 등의 배경이 있다는 대통령 직속 부패방지위원회의 비판 강도를 감안할 때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결국 `앞으로 지속적인 재정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어보는 수 밖에 없지만, 과도한 성과 제시와 그에 못미치는 결과로 스스로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지적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