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재호 기자
2014.03.23 22:53:51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이른바 ‘일당 5억원 노역’이 지극히 비상식적인 판결로 일컬어지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수백억원대 벌금을 내지 않고 해외에 머무르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벌금 245억원 대신 노역장 유치를 선택했다. 23일 광주지검은 뉴질랜드로 출국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신병을 확보해 광주교도소의 노역장 유치를 집행했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통상 일반인의 노역장 유치 기준금액 하루 5만원의 1만배에 달하는 하루 일당 5억원을 적용받아 단 49일만 노역장에서 보내면 된다. 형법에서 벌금은 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 안에 내야 하고 벌금 미납자는 1일 이상 3년 이하 노역장에 유치해 작업할 수 있게 했다. 노역장 유치 기간이 3년으로 제한돼 벌금이 커질 경우 일당도 높아진다.
허재호 전 회장이 영장 실질심사 중 1일 구금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당 5억원 노역으로 벌금 249억원을 단 49일 노역장 유치로 탕감 받을 수 있다.
일단 5억원 노역은 과거 다른 대기업 총수들이 선고받은 금액과 비교해도 최소 2-4배 이상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초 24년 만에 3급 이상 고위 공무원의 연봉 인상분을 반납하기로 해 화제를 모았던 ‘국가·지방 공무원 보수 및 수당 규정 개정’에 따르면 일당 5억원 노역은 작년과 동일하게 책정된 대통령 월급 1605만원(연봉 1억9255만원)의 31배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올해 국무총리의 총 보수로 책정된 연봉 1억7148만원(월 1429만원)보다도 35배나 높은 어마어마한 금액이라고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은 비아냥을 쏟아내고 있다.
담 밖에서 노역을 시킬 수 없는 교도소의 현실과 72세에 달하는 허 전 회장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번 일당 5억원 노역 결정은 처벌 아닌 처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허 전 회장이 노역으로 탕감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벌금뿐이다. 허 전 회장은 국세 136억원, 지방세 24억원, 금융권 빚 233억원(신한은행 151억원·신용보증기금 82억원)도 갚지 않은 상태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