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투자자 되기]친구따라 투자했다 남은 건 '쓴맛'

by박형수 기자
2014.01.28 11:10:00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미차솔·인사이트펀드·자문사 7공주·브라질 채권’

2007년 이후로 재테크 좀 했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투자상품군이다.

코스피가 최초로 2000선을 돌파했던 2007년 대한민국은 펀드 열풍으로 들끓었다. 당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의 공장’ 중국 증시도 연일 신고가를 경신했다.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이하 미차솔)은 2007년 한 해 동안 75.8%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7년이 끝나갈 무렵 미차솔 가입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 대출 이자를 고려해도 남는 장사라 판단했기 때문. 하지만 이듬해 미국에서 시작한 금융위기는 전 세계 주식시장을 덮쳤고, 미차솔도 예외는 아니었다.

투자 지역과 방법에 큰 제약이 없는 ‘미래에셋 인사이트혼합형’ 펀드는 설정 일주일 만에 설정액 3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간접투자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운용성과는 인기와 비례하지 않았다.

펀드 광풍이 끝나고 한동안 침체기를 겪은 간접투자 시장은 2010년 여름 생기를 되찾았다. 일반 펀드와 달리 소수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던 자문형 랩은 단기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 소개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자문형 랩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자문사 7공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자문사가 투자한 LG화학, 하이닉스, 기아자동차,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테크윈, 제일모직 등을 지칭하는 신조어였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소수 종목에 집중투자한 자문형 랩 상품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인기는 금세 시들해졌다.

주식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상품에 실망한 투자자들은 채권으로 몰려갔다. 특히 브라질은 10%대 고수익률을 보장하는 ‘안전한’ 투자처라는 인식과 함께 날개돋친 듯이 팔렸다. 미국이 양적 완화를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브라질에서 외화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이 하락하고 브라질 채권 투자자들은 앉아서 환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간접 투자상품을 통해 대박을 기대한 개인 투자자는 번번이 실패했다. 언제나 끝물에 들어갔고 손실을 부정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간접 투자상품을 선택하기에 앞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정남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상품을 선정할 때 인기 있는 상품에 무작정 투자하는 방법은 지양해야한다”며 “ 앞으로 투자자들도 직접 금융상품을 연구해 적합한 투자상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플러스 알파를 원한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 부동산에 투자하더라도 좋은 매물을 고르기 위해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고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아 조언을 들으면서 유독 간접투자 상품에 투자할 때는 큰 고민을 하지 않는다. ‘어떤 상품이 좋다더라’ 하는 입소문이 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부터했다. 고민하지 않고 투자한 결과는 앞선 4차례 경험을 통해 증명됐다.

브라질 채권이 인기를 끌 때 만년 꼴찌 펀드였던 일본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는 지난 한 해 동안 70%가 넘는 수익을 냈다. 일본의 변화와 경기 부양책을 공부한 투자자가 아니고는 경제 호황을 지속하는 브라질 대신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을 투자처로 선택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투자에도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랩 상품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본 한 개인투자자는 “돈만 갖다 주면 불려줄 것으로 생각했던 시절”이라며 “이제는 투자 상품을 고를 때는 물론이고 투자한 이후에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수많은 상품 가운데 선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해야 한다.

김영조 현대증권 상품전략부 팀장은 “개인고객이 혼자 각종 경제상황을 확인하며 자산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를 활용해 포트폴리오의 하나로 추천 상품을 편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