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현대엘리, 2006년 5월 `쉰들러의 추억`

by신성우 기자
2010.11.10 12:16:25

쉰들러, 5월이후 장내통해 지분 3% 취득..28.6%로 확대
한 때 경영권 위협 KCC그룹서 25.5% 인수이후 4년여만

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10일 11시 4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신성우 기자] 현대엘리베이(017800)터의 2대주주 스위스 쉰들러그룹이 올들어 지속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4년전 한 때 경영권을 위협했던 KCC그룹으로부터 25%가 넘는 지분을 인수, 시장의 촉각을 곤두서게 했던 쉰들러의 존재가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쉰들러그룹 독일계 지주회사 쉰들러 도이치랜드 게엠베하는 지난 9일 제출한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5%보고서)`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이 26.5%에서 28.8%(203만9622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9월16일부터 지난 8일까지 장내에서 2.06%(14만6946주)를 취득했다. 지난 5월 1만9900주 이후 다시 사들이는 양상으로 현재까지 3%(21만7370주)를 추가 취득했고, 들인 자금은 157억원에 이른다.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확대는 4년만이다.

현대엘리에게 쉰들러의 존재는 비록 지금은 우호주주이지만 과거 2006년 5월을 떠올리게 할 수 밖에 없다. 현대엘리는 2003년 8월 고(故) 정몽헌 회장 유고 이후 KCC그룹으로부터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이 질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한 이른바 `숙질의 난`이었다. 2004년 3월 주주총회에서 현대엘리가 내세운 이사선임안이 통과됨에 따라 분쟁은 현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얼마안가 엉뚱한 곳에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듯했다. 증권선물위원회의 명령으로 현대엘리 보유지분을 처분할 수 밖에 없었던 정 명예회장, KCC, KCC건설, 울산화학 등이 세계적인 스위스 엘리베이터업체 쉰들러에 넘긴 것. 2006년 5월의 일이다.



쉰들러의 인수지분은 25.5%(182만1892주). 새로운 2대주주의 급부상이었다. 인수금액만도 1493억원에 달했다. 경영권을 위협했던 KCC그룹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은 데다 경쟁사의 지분인수라는 점은 당시 시장에서 적지않게 새로운 경영권 위협 세력의 등장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5% 지분보고서`를 경영참여 목적으로 제출하면서 더욱 불을 지피는 듯한 양상이었다.

하지만 쉰들러가 2006년 7월 우호주주임을 밝히고, 2007년 10월26일 현대그룹과 쉰들러그룹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사업 파트너로서의 협력관계를 강화키로 하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의 불씨는 사그라들었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는 한 때 인수합병(M&A) 의혹이 제기되었던 2대주주 쉰들러가 회사 경영권과 경영진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만큼 적대적 M&A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쉰들러가 우호주주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며 "정확한 주식취득 배경은 알 수 없지만 투자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대주주 현대로지엠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48.2%(343만9628주)에 달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