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선제 피벗' 신흥국들…금융불안 가능성 낮다"

by하상렬 기자
2024.07.18 10:01:57

한국은행, 금융·경제 이슈분석 발간
헝가리·브라질·베트남 등 美 앞서 금리인하
여타 신흥국과 금융·외환시장 지표 차이 없어
"美 금리격차 지속하더라도 불안 없을 것"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미국보다 앞서 기준금리를 인하한 신흥국들이 금융불안을 겪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하더라도 신흥국 금융·외환시장은 양호한 투자심리에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란 평가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사진=이데일리DB)
한국은행은 18일 발간한 ‘금융·경제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올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크게 약화된 반면 일부 신흥국은 미국에 앞서 작년부터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 조사대상 22개 신흥국 중 10개국(헝가리, 체코, 폴란드,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페루, 아르헨티나, 베트남)이 작년부터 ‘피벗’(pivot·통화정책기조 전환)을 단행했다. 지역별로는 주로 남미·동유럽 신흥국들이 금리를 인하했고, 아시아·중동·아프리카 국가들은 대체로 금리를 동결 또는 인상했다.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신흥국들과 여타 신흥국의 금융·외환시장 여건을 비교한 결과, 금융·외환시장 지표 움직임에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금리인하 신흥국이 금리차 축소에 따른 통화가치 급락이나 급격한 자본유출 등을 경험하지 않은 것이다.



한은은 이들 국가의 금융·외환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양호한 글로벌 금융여건 △금리인하 여력 보유 △신흥국의 개선된 대외 복원력 등에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미국과 신흥국간 통화정책 차이가 신흥국 통화 및 자본이동에 미치는 영향은 글로벌 투자심리 변화와 밀접하다”며 “글로벌 투자심리가 양호하게 유지될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에도 신흥국 금융·외환시장은 혼란을 경험할 가능성이 작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인하 신흥국이 미국에 앞서 더 큰폭으로 금리를 인상해 금리인하 여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점과 거시건전성 정책 도입, 외환보유액 확보, 중앙은행의 독립성 제고 등도 금리인하의 부정적 영향을 제안하는데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향후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되더라도 신흥국 금융·외환시장에서 과거와 같은 금융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신흥국 간 금리격차가 확대된 상황이 지속되더라도 대외 복원력이 크게 제고된 신흥국의 금융·외환부문이 크게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출처=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