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 휴무, 진단키트 품절…오미크론에 선별진료소 ‘북새통’

by김미영 기자
2022.02.02 17:47:46

설연휴 마지막날인 2일 선별진료소 북적북적
공공기관·일부 기업 “음성 확인해라”…진료소 ‘원정’
“작년 추석 후에도 확진자 급증…자가진단키트 활용해야”

[이데일리 김미영 김형환 기자] “설에 전남 외할머니댁 다녀왔는데 혹시나 해서 식구들 같이 왔어요. 요즘 확진자가 많다는데 나이드신 엄마아빠가 걱정도 돼서요.”

2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보건소. 이모(26)씨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부모, 남동생 등 네 가족이 함께 줄을 섰다. 영하를 밑도는 날씨에 한 시간 반가량 대기해야 한다는 안내를 들었지만 기다리기로 했다. 이씨는 “보건소가 오늘 오후1시면 문을 닫는다니 덜 붐빌 때를 기다렸다 다시 올 수도 없다”며 “모른 채로 확진되면 주위에 민폐니까 이래저래 검사 받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사상 첫 2만명을 넘은 2일 오전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닷새 간의 설 연휴 마지막날인 이날 코로나19 선별진료소 곳곳에 긴 줄이 늘어섰다. 고향 방문과 가족·친지 만남으로 대면 접촉이 늘어난데다 공공기관과 일부 기업 등이 출근 전 ‘음성’ 확인을 의무화한 영향이다.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음력 설인 지난 1일 하루에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연휴에 일부 선별진료소가 쉬거나 단축운영하자 문 연 진료소들은 몰려든 사람들에 북새통을 이뤘다.

추운 날씨에 바람막이도 없는 야외에서 대기하던 이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구를 방문했다가 상경한 이모(51)씨는 “고향에 내려갔다가 만난 친인척 1명이 확진자와 밀접 접촉했다고 해서 검사를 받으러 왔다”며 “내일부터 가게 문을 열어야 하니 오늘밖에 시간이 없는데 별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차모(25)씨 역시 “친척 중에 확진자가 나와서 검사 받으려는데 음식을 함께 먹어서 걱정”이라며 핫팩을 만지작거렸다.



기나긴 줄에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회사의 지침에 따라 오는 3일 정상출근 전 음성 확인이 필요한데 동네 선별진료소가 문을 닫거나 자가진단키트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단 얘기들이 많았다. 공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모(37)씨는 “회사에서 출근 전에 자가진단키트나 PCR(유전자증폭) 검사 결과를 요구해서 받으러 왔다”며 “자가진단키트를 구해보려 했지만 여기저기 수소문해보고 편의점을 뒤져도 못 구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그는 “백신도 3차까지 다 맞았는데 회사에서 왜 그런 요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추운데 한시간 넘게 떨고 있자니 화가 난다”고 했다. 서울 한 구청에서 근무 중인 박모(33)씨도 “회사에서 검사 결과를 갖고 출근하래서 왔다”며 “혼자 살고 있고, 고향도 안 다녀왔는데 왜 검사 결과를 내야 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 시흥시 목감에 사는 문모(26)씨는 “주변에 문을 연 진료소가 없어서 헛걸음하고 안양까지 갔다왔다”며 “검사 받고 돌아오는데 2시간 가까이 허비한 것 같다”고 했다.

한편 3일부터는 코로나19 검사 체계의 전면 개편으로 60대 이상·고위험군 등 우선순위 대상자만 PCR 검사를 받고 그 외의 일반 검사자는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키트)를 받게 된다. 임시선별진료소와 호흡기전담클리닉 및 동네 병·의원 등으로 새 검사·치료 체계가 확대 가동됨에 따라 검사 편의성은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해 9월 말 추석 연휴 끝나고도 신규 확진자 수가 확 늘었다”며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가족 중에 확진자가 나왔다면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검사해볼 것을 권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무증상, 잠복기 때에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하면 음성이 나올 가능성이 높으므로 확진자와 접촉했다면 하루이틀 시간을 두고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두 번 정도 확실히 검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