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았지만"…삼성, 둘러싼 리스크 '첩첩산중'

by신민준 기자
2021.04.11 17:16:25

오는 22일 부당합병·부정회계 의혹 첫 재판 예정
檢, 이재용 프로포폴 상습 투여 의혹 기소 여부 검토 중
오는 30일 故이건희 회장 관련 상속세 자진신고 마감
입법리스크도 부담…보험업법 개정안 국회에 계류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삼성의 맡형인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1분기 매출 65조원, 영업이익 9조 3000억원 등 실적 호조를 보였지만 주변에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돌고 있다.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부재인 가운데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재판과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 제기 등 사법리스크가 커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상속세와 입법리스크까지 더해져 삼성으로서는 첩첩산중에 갇힌 형국이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오는 22일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부당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부정 의혹 관련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재판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급성 충수염(맹장염) 수술로 인해 재판 일정이 연기됐다.

이 부회장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애초 이 부회장은 지난 8일 구치소로 복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충수염뿐 아니라 대장 절제수술까지 받아 이 부회장의 복귀 시점은 뒤로 미뤄졌다. 이 부회장은 오는 22일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부정 의혹 관련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다만 이 부회장 몸 상태에 따라 재판이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프로포폴 상습 투여 의혹과 관련돼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개최인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현안위원 14명 중 8명은 검찰의 계속 수사에 반대했고 나머지 6명은 찬성 의견을 냈다. 기소 여부와 관련해서는 찬반 의견이 각각 7명씩 동수로 맞섰다.

재계 일각에서는 국정농단 재판이 마무리되기까지 총 3년 10개월이 걸린 만큼 부당합병·회계 부정 의혹 재판에 프로포롤 재판까지 더해질 경우 삼성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최대 위기에 직면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故) 이건희 회장과 관련한 상속세 자진신고·납부 기한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이달 말까지 상속세 납부 자진신고와 함께 납부 계획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고 이 회장이 지난해 10월 별세해 상속법에 따라 사망 후 6개월인 오는 4월 30일까지 전체 자산에 대한 신고 등이 이뤄져야 한다.



유족들이 내야 하는 주식 상속세는 11조 366억원이다. 토지와 건물 등까지 포함할 경우 상속세는 13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약 2조원을 내고 나머지 금액은 5년간 나눠 낼 것으로 추정한다. 경영권을 지키면서 상속세 재원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유족들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입법리스크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의 그룹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는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6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보험사가 보유한 자회사 주식과 채권 소유 합계액을 총 자산의 3% 미만으로 낮출 때 계산기준을 현 취득원가에서 시장가격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면 즉시 영향을 받는 기업으로 삼성생명(032830)이 1순위로 꼽혀 일명 ‘삼성생명법’으로도 불린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000810)는 지난해 말 기준 각각 삼성전자 지분을 8.51%, 1.49% 보유했다.

개정안 통과로 삼성의 금융 계열사들이 취득원가 대신 시가 기준으로만 삼성전자 지분을 가져야 할 경우 삼성생명은 약 25조원, 삼성화재(000810)는 약 2조원 한도를 초과해 이를 처분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분 약 28조원이 시장에 풀릴 경우 삼성 전체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분기에 역대급 매출과 개선된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그룹 주변을 둘러싼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며 “총수 부재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삼성은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