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매각' 전제…아시아나 정상화에 1.6兆 투입(종합)

by김정남 기자
2019.04.23 09:16:50

홍남기 "1.6조 지원해 유동성 문제 해소"
영구채 매입 5천억+마이너스통장 8천억
예상 웃돌아…채권단, 오후 지원안 공개
주관사 선정 등 곧장 공개매각 절차 돌입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왼쪽)과 수출입은행 은성수 행장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0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 전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김소연 기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에 총 1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산은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영구채 매입 5000억원, 신용한도 8000억원 등 총 1조6000억원을 투입해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금 지원을 주도할 주요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과 수출입은행 은성수 행장도 이날 회의에 함께 했다.

영구채는 만기가 있기는 하지만 발행회사 선택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 있는 채권이다. 사실상 만기가 없고 이자만 지급한다고 보면 된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 받는 채권어서 자본 건전성을 개선하는 식으로 흔히 쓰인다. 아시아나항공은 회계감사 ‘한정’ 사태 이후 시장의 신뢰가 추락한 탓에 추가로 계획했던 영구채를 발행하지 못했다. 채권단이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매입하면서 유동성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신용한도는 일종의 마이너스 한도대출이다. 필요할 때 빌려쓰는 ‘마이너스통장’이 8000억원에 이른다는 뜻이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주목되는 건 그 규모다. 당초 많아야 1조원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5일 수정 자구계획안을 통해 채권단에 5000억원을 요청했고 이튿날 이동걸 회장은 “충분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산은 등 채권단은 이날 오전 내부 승인을 거쳐 오후에 자금 지원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날 채권단의 대규모 자금 지원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전제로 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영업 상황이 양호하고 대주주가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신뢰할 만한 자구안을 제출한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회사도 수익성 낮은 노선의 폐쇄 등 경영개선 노력과 함께 올해 내 계약 체결을 목표로 M&A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권단과 금호그룹은 이후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을 맺고 곧바로 주관사 선정 등 공개매각 절차에 돌입한다.

홍 부총리는 아울러 “이번 사태의 핵심은 신뢰였다”며 “감사의견 논란에 따른 신뢰 훼손이 사태의 시작이었고 신뢰할 만한 자구안 마련이 문제 해결의 기초를 제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산경장 회의에서 현대상선 경영정상화 계획도 다뤘다. 그는 “현대상선은 초대형·고효율 선박 같은 하드웨어 확충과 전문가 영입, 조직 정비 등 영업력 확충을 위한 경영혁신을 추진 중”이라며 “실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이후에는 국제선사 수준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통해 현대상선이 당초 계획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적 원양선사로 도약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