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훈풍 실감 어렵죠”..엔데믹 전환기 맞은 면세점 가보니

by윤정훈 기자
2022.05.15 18:30:43

주요 시내 면세점 내국인은 늘었지만 고환율에 발목
따이공도 中봉쇄에 본토로 물품 보내기 힘들어
글로벌 관광객 유치위한 ‘K컬처’ 연계 마케팅 고심
외국인 매출 의존도 97%…中·日 관광객 유치 요원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환율이 어제에 비해 10.9원 올랐는데 내일 환율은 더 안좋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좋았던 내국인 분위기에 찬물 끼얹을까봐 걱정이죠.”

지난 13일 오후 롯데면세점 본점에서 만난 이승희 매니저는 이같이 밝혔다. 이 매니저는 “중국과 일본 관광객 유입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엔데믹 전환을 앞둔 시점이라지만 면세업계는 실감이 안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 13일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서 외국인으로 보이는 고객이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윤정훈 기자)
같은 날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상황도 비슷했다. 라이브방송을 하고 있는 중국인 소수 외에는 외국인 고객을 찾기 힘들었다. 다만 지난해와 달리 간간이 쇼핑하는 한국인 고객의 모습이 눈에 띄는 정도였다.

▲지난 13일 롯데면세점 명동점 12층에 고객이 없어 썰렁하다. (사진=롯데면세점)
엔데믹 전환기에 봄을 맞은 다른 오프라인 유통 업계와 달리 면세업계는 여전히 겨울이다. 치솟은 원달러 환율에 국내 방문객이 준데다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를 포함한 주요 국가의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과거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인식됐던 면세사업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불황의 아이콘으로 전락한 셈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실제 면세점협회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예상 한국 방문(인바운드) 외국인은 386만명에 불과하다. 지난해(96만명)에 비해서는 3배 이상 늘어날 수치지만 2000만명에 육박했던 과거에 비하면 정상화는 아직 멀었다. 입국 격리가 해제된 지난 3월 21일 이후 내국인 매출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이는 전체 매출의 3~4%로 미미한 수준이다.

여기에 국내 면세업계의 큰손인 중국 보따리상(代工·따이궁)의 방문도 코로나19로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97%가량 차지하는 외국인 매출 비중에서 따이궁은 90%정도를 점유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대하다.



롯데면세점에 입점한 뷰티 브랜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따이궁의 숫자는 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따이궁은 한 번에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화장품을 쉽게 구매하는 면세점의 VVIP 고객”이라며 “싱가폴, 태국 등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이따금 방문하지만 따이궁에 비할 수 없다”고 했다.

김동국 신세계면세점 팀장도 “주요 고객인 보따리상들도 상하이와 베이징 봉쇄령으로 물건을 보내기가 어려워 구매를 줄이고 있다”며 “지금은 내국인과 일반 관광객(FIT)에 포커스를 맞춰 마케팅 전략을 짜는 수밖에 없다”고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11층에 마련된 ‘더뷰티라이브’ 부스에서 중국인 2명이 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라이브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윤정훈 기자)
대내외 여건이 녹녹치 않은 상황에서 국내 면세업계는 내국인과 일반 관광객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2030세대 고객이 해외여행 시 주로 구매하는 뷰티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한 프로모션이 대표적이다. 이는 최근 고환율로 면세품의 주요 제품 가격이 백화점보다 비싼 역전현상이 발생해서다.

롯데면세점은 원·달러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을 보전해주는 ‘다이내믹 환율 보상 이벤트’를 하고 있다. 달러 환율이 지금처럼 1250원 초과 1300원 이하일 때 최대 2만원을, 1300원 초과 시에는 최대 3만5000원을 제공하는 행사다. 신세계면세점은 번개장터와 손잡고 MZ세대 고객을 위한 스니커즈 래플 이벤트를 15일까지 진행했다. 16일부터 오는 29일까지는 화장품과 향수, 패션 아이템 구매 시 구매 금액별 7000원, 1만 5000원, 2만 5000원을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신라면세점도 ‘가정의 달’ 해외로 가족여행을 계획하는 고객을 위해 내국인 대상 고객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김동국 팀장은 “영어권 고객 유치를 위해 K드라마, K뮤직과 연계한 MZ세대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며 “예컨대 K팝 팬들이 한국에 왔을 때 시내면세점에서 쇼핑하고 인근 남대문시장을 둘러보고 가수 팬사인회에 참여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이런 마케팅은 전세계적으로 한국의 시내면세점이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국내 뷰티 코너에 재고 물품이 쌓여있다. (사진=윤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