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증권·선물시장 휴장 연장…“현 상황 고려”
by김윤지 기자
2022.03.01 16:40:31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서방의 제재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받은 러시아가 1일(현지시간)에도 증권시장과 파생상품 시장을 열지 않기로 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8일 성명을 통해 “현 상황으로 인해 모스크바 거래소에서 증권시장과 파생상품 시장 거래를 재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일 거래 재개와 관련해서는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공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측은 금융 시장 붕괴를 우려해 지난달 28일부터 증권시장과 파생상품 시장 거래를 열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되면서 서방 국가들이 각종 경제 제재에 발표되자 러시아 증시는 지난주 널뛰기 장세를 보여줬다. 모스크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유동성이 좋은 대형주 50개로 구성된 대표 주가지수 RTS(Russian Trading System Cash Index)의 경우 지난달 24일 하루에만 38% 넘게 하락해 25일에는 반작용으로 26.12% 올랐다. 그러다 지난 28일에는 주말이나 공휴일이 아님에도 폐장해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28일 기준 금리를 연 20%로 기존 대비 1050bp(1bp=0.01%포인트) 인상을 발표하면서 “러시아 경제의 조건이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서방 제재는 루블화의 상당한 상승(루블화 가치 하락)을 가져왔고, 러시아가 금과 외환 보유고를 사용할 기회를 제한했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재정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 조치로 서방 세계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화보유액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제재가 적용된 지난 28일 루블화 환율은 한때 30%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무역업자들에게 외화 수입 80% 매각 의무를 부과하고 외화의 해외 송금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국제금융협회는 “최근 서방의 제재 조치는 올해 러시아 경제에 상당한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은행 부도와 금리 인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