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두고 격론.."과잉입법 " Vs "사업주 경각심 제고"

by조용석 기자
2021.05.19 18:05:49

18일 이데일리·지평 ESG 인사이트 ‘산업안전편’
“중대재해법 처벌 과도” vs “준비하면 문제없다”
안전관리자 확보 관건…근로자 책임 두고 ‘충돌’
중대재해법 시행령에 귀추…“외부 진단 받아야”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이 약 8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처벌수위가 과도하고 처벌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부작용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18일 진행된 이데일리·지평, 제3회 ESG 인사이트 - ESG 핵심특강 ‘산업안전편’에 출연한 이재식 대한건설협회 기술안전실장과 이명구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날이 선 토론을 펼쳤다. 이 실장은 해당 법안이 산재사망 사업장 사업주를 촉탁살인이나 방화범에 준하는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며 과잉입법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이 교수는 산재 다발 사업장은 사업주가 산재예방에 무관심한 때문에 발생한다며 불가피한 조치라고 맞섰다.

오자성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입법 작업 중인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주목해야 한다며 중대재해법 시행에 앞서 개별기업이 외부 컨설팅 등을 통한 준비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내년 1월26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안전 및 보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는 징역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

또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도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이재식 실장은 현 산업안전보건법에도 1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겁게 처벌하고 있음에도 중대재해법은 1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처벌 수위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촉탁살인죄 형량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이고, 방화범도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이라며 “이런 고의 악질범이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대재해법의 1년 이상 징역 처벌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징역과 벌금을 함께 부과하는 규정도 삭제해야 하며, 중대재해법상 처벌 대상자인 ‘경영책임자 등’도 명료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명구 교수는 경영인들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했다.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른 산업안전 및 보건 관리규정 등을 잘 준비한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공공기관 안전활동 수준평가를 보면 규정은 있는데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작동 및 관리가 가능한 안전보건 관리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며 “조직구성원의 책임과 권한, 예산지원이 있어야 하며 사업주가 기관장이라면 기관장 대표이사의 안전보건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방침과 중장기 및 단기 목표가 있어야 한다. 목표 실현을 위한 계획·검토·개선하는 과정이 잘 녹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라는 것이 예방활동을 잘해도 우연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사업주가 얼마나 열심히 잘 준비하고 예방활동을 했느냐가 중대재해법의 초점이지 사고가 났다고 무조건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며 “그래서 안전·보건 관련 시스템을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중소건설업체의 경우 중대재해법이나 달라진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대기업보다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안전관리자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할 공사가 지난해 7월 120억원 이상 규모 공사에서 100억원 공사로, 2023년에는 5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된다. (입법 작업중인) 중대재해법 시행령 쪽에서는 경영책임자 의무에 안전관리자 적정하게 배치했냐가 분명히 규정될 것”이라며 “또 안전관리자 자격증 보유하신 분들은 척박한 건설현장 오려고 하지 않고, 온다고 해도 대기업을 선호할 것”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중소업체를 위해 중대재해 예방 전문기관 도입하고, 이에 해당하는 기업을 지도하고 교육했으면 한다”며 “안전관리자 부족 문제의 경우, 자격증은 없어도 일정 교육을 마치면 안전관리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 해결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실장이 추락사고의 경우 근로자 부주의로 인한 사망사고가 70%를 상회했다며 안전관리 규정을 위반한 근로자에 대한 처벌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이 실장은 앞서 중대재해법에서 손해배상 발생 시 회사에 손해액의 5배 이내 배상 책임을 부과한 부분(제15조1항)도 3배 이내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최초 발의 때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가 ‘5배 이상’에서 ‘5배 이내’로 완화됐다. 하지만 일반적인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인 3배보다 여전히 과도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근로자의 부주의로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도 사업주가 교육이나 지도감독 해야 하는 책임이 주어진 것”이라며 “근로자에게 사고 책임을 지게 하면 근로자가 산재 보상을 받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산재를 당한 근로자에 대한 배상을 5배로 상한선 정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데 3배로 낮추다는 것은 더욱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 실장은 “근로자에 대한 처벌을 신설하자는 제안은, 근로자를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근로자도 경각심을 갖게 해 서로 조심하자는 취지”라며 “손해액을 100% 배상하면 그게 1배인데 상한선을 없앤다면 무한 징벌이 될 수 있다”고 다시 반박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이들은 곧 발표될 중대재해법 대통령령(시행령)을 주목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다. 중대재해법이 정한 안전보건 기준이나 절차 등 세부적인 부분은 상당수가 대통령령을 따르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오자성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현재 상태로는 중대재해법이 모호한 부분이 많고 시행령도 모호한 부분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한번 정밀 진단을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내부진단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니 학계나 전문가, 외부단체, 법률 전문가, ESG 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 진단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내년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안전분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경영계에서도 중대재해법이 득보다 실이라는 시각을 없애고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