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해봤어?, 봄이 온다’…故 정주영 19주기 범현대가 청운동으로

by이소현 기자
2020.03.20 09:56:16

5년 만에 정 명예회장 옛 자택에서 제사
'코로나19' 위기 탓에 산업 수요 감소 위기
도전·기업가 정신·희망 메시지 또 다른 울림

고(故) 아산(峨山) 정주영 명예회장(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아산(峨山) 정주영 명예회장의 19번째 기일을 맞아 범현대가가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 모인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범현대가는 이날 저녁 7시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정 명예회장의 옛 자택에서 19주기 제사를 지낼 예정이다.

정 명예회장의 제사를 청운동에서 지내는 것은 14주기였던 2015년 3월 이후 5년 만이다. 작년 범현대가는 정 명예회장의 부인 고 변중석 여사의 12주기부터 다시 청운동에서 지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주차공간 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공간의 여유가 있는 청운동에서 제사를 모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운동 자택은 정 명예회장이 2000년 3월까지 38년간 살아온 집으로, 현대그룹을 일궈낸 현대가의 상징적인 장소다. 정 명예회장이 매일 새벽 주변에 사는 가족들을 불러 함께 아침을 먹고 출근한 ‘밥상머리 교육’ 일화는 유명하다.



정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001년 청운동 자택을 상속받았으며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작년에 물려받았다.

정 수석부회장은 작년 3월 14일 청운동 주택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며칠 후인 3월 22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올해는 현대모비스 사내이사에 재선임됐으며, 21년 만에 현대차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정 회장을 대신해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도 맡게 됐다. 창업주 정 명예회장과 2세 정 회장에 이어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전반을 총괄하는 3세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에 들어서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정 수석부회장 등 범현대가는 맨손으로 세계 굴지의 기업을 세운 정 명예회장의 도전 정신을 기리며 기일을 보낼 예정이다. 범현대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매년 계열사 임원들이 참석했던 선영 참배와 추모음악회 등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산업 수요가 감소하는 등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조선업의 불황과 자동차 산업의 성장 정체에 코로나19까지 예상치 못한 변수 앞에서 “이봐, 해봤어?”로 대표되는 그의 도전정신은 범현대가에 또 다른 울림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생전 문학에도 관심이 많았던 정 명예회장이 남긴 ‘새 봄을 기다리며’라는 글도 재조명되고 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회장은 지난 17일 그룹 임직원에게 보낸 담화문에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자’며 정 명예회장의 글을 인용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기대하게 되는 희망의 메시지다. ‘봄이 온다. 마음 깊이 기다려지는 봄이 아주 가까이까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