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삼성 의료기기사업··추가 M&A 예고

by김정남 기자
2013.01.29 11:43:02

삼성전자, 美 CT전문업체 뉴로로지카 인수
삼성 의료기기사업 수장 사장급 격상
"M&A 더할 수 있어" 공격투자 예고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이 신성장동력인 의료기기사업 일류화를 목표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컴퓨터 단층촬영(CT)전문 의료기기업체 ‘뉴로로지카’를 인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SEA)은 뉴로로지카의 지분을 100% 인수하고 SEA의 자회사로 편입시킬 예정이다.

얼마 전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과 삼성메디슨 대표이사를 전무급에서 사장급으로 격상해 사업 위상을 강화한데 이어 이번에 해외 의료기기업체도 인수한 것은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헬스케어사업을 키우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앞으로 시장진입을 가속화하기 위해 추가 인수합병(M&A)에 나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국내외 의료기기업체를 잇따라 인수했다. 지난 2010년에 레이와 메디슨을, 2011년에는 넥서스를 사들였다.

조수인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이사 사장.
이번에 인수하는 뉴로로지카는 지난 2004년에 설립한 이동형 CT(컴퓨터 단층촬영) 장비 전문업체다. 이동형 CT 외에도 대형 CT를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할 수 있는 업체로 알려졌다. CT는 X선과 컴퓨터를 이용해 인체의 구조를 단면으로 재구성하는 진단용 검사장비다. 인체의 단면에 대한 재현 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병의 원인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로 기존 초음파·체외 진단기기, 디지털 엑스레이 외에 CT까지 의료기기사업에 포함했다. 삼성전자의 기술·브랜드·글로벌 경쟁력 등 기존 역량을 의료기기사업에도 접목할 수 있을 정도의 기반은 마련됐다는 게 내부 평가다.



삼성전자 내에서 의료기기사업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의료기기사업팀을 의료기기사업부로 격상하고, 조수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을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발령했다. 조 사장은 기존 전무급이던 삼성메디슨 대표이사 직책도 맡았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에서는 영업·마케팅과 연구개발(R&D), 품질관리 분야 등에서 대대적으로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등 전문인력확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료기기는 삼성의 5대 신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그동안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해왔다. 반도체와 휴대폰, TV 외에 뚜렷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없는 삼성에게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이 시장의 규모는 무려 3000억달러(약 32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은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수요는 더 늘어나고,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GE·지멘스·필립스 등 ‘빅3’와 겨룰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건실한 의료기기업체가 매물로 나오면 언제든 M&A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시장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좋은 업체가 있으면 공격적으로 M&A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의료기기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많지 않다. 빠르게 시장에 진입해 업계 강자와 겨루기 위해서는 과감한 M&A가 지름길이다.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은 두둑히 쌓아놓은 현금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기말현금은 37조4500억원으로 1분기 만에 7조원 이상 늘었다. 사상 최대수준이다. 현금과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단기매도가능금융자산 등 당장 쓸 수 있는 자산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현금에서 차입금을 뺀 순현금만 지난해 4분기 22조5500억원으로 처음 20조원을 넘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같은 부품공장의 신·증설 등 시설투자보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소규모 M&A에 투자를 더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기 분야가 가장 대표적인 사업으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