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석유인데 왜 두바이유가 더 비쌀까
by이진우 기자
2011.11.28 14:42:14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기름값에 관심이 많은 A씨. 인터넷을 뒤져보니 서부텍사스산 중질유는 배럴당 98달러, 두바이유는 배럴당 106달러에 거래되고 있었다.
참 이상하다 똑같은 원유인데 왜 가격차이가 날까. 이게 사실이라면 텍사스에서 기름을 사다가 두바이로 가서 팔면 대박이 나지 않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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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값이 얼마냐고 묻는 것은 마치 포도주가 얼마냐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포도주냐에 따라 값이 다르듯 원유도 어떤 원유냐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원유는 어디서 캐낸 기름이냐에 따라 종류가 다양한데 크게 두바이유,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원유(WTI) 이렇게 3가지 원유가 가장 유명하고 많이 거래된다.
| ▲ 원유는 정제할 때 걸러내야 하는 불순물인 유황성분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느냐에 따라 고유황과 저유황으로 분류되며, 또 휘발유나 벤젠 등 가벼운 휘발성 물질이 얼마나 많이 포함되어 있느냐에 따라 경질유와 중질유로 구분된다. 대체로 유황성분이 적을 수록 좋고 경질유일수록 비싼 기름(휘발유 경유)이 많이 추출되므로 품질 좋은 원유로 간주된다. 세계 3대 유종 가운데는 서부텍사스원유(WTI)의 품질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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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지 원유 가운데 가장 품질이 좋은 것은 서부텍사스산 원유다. 좋은 기름은 가솔린이나 나프타같이 값나가는 성분이 많이 들어있고 불필요한 황의 함량은 낮은 것인데 불필요한 비계가 적고 살코기가 많은 소고기가 등급이 높고 비싼 것과 마찬가지다. 서부텍사스산 원유가 가장 품질이 좋고 그 다음이 브렌트유, 그 다음이 두바이유다.
당연하다. 그래서 2001년만해도 두바이유가 배럴당 22달러일 때 서부텍사스 원유는 25달러에 거래됐다. 10% 이상의 가격 프리미엄이 있었던 셈이다.
특히 휘발유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황함량이 낮은 좋은 원유를 찾는 수요가 늘어 2004년 10월에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38달러일 때 서부텍사스 원유는 배럴당 53달러에 거래됐었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달라졌다. 오히려 품질이 낮은 두바이유가 비싸고 품질 좋은 서부텍사스 원유는 더 싸다. 11월22일 현재 두바이유는 배럴당 106달러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98 달러다.
이렇게 품질 좋은 서부텍사스산 원유가 헐값이 된 이유는 미국의 경기 침체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가 안좋아지면서 원유의 수요가 감소해서 서부텍사스산 원유의 가격은 하락했다.
반면 두바이유는 중국이 주로 사서 쓰는 기름인데(중국과 두바이가 가까우므로)중국의 경기는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에 두바이유의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다. 결국 수요가 적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하락하고 수요가 받쳐주는 두바이유는 가격이 올라가서 결국 역전된 것이다.
| ▲ 품질좋은 서부텍사사원유 가격이 늘 높았지만 2011년초부터 두바이유의 가격이 더 비싸지고 텍사스산원유의 가격이 낮아지는 이상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텍사스산원유의 수요가 줄면서 재고가 늘어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었는데 미국 정부의 원유해외반출금지정책과 정유공장이 많은 해안지대로 송유하기 어려운 송유관 구조 등의 원인으로 남는 원유를 처분하지 못해 텍사스산 원유의 가격과 두바이유 가격과의 격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최근 송유관 시설을 개량해 멕시코만 지역의 정유공장으로 남는 원유를 보낼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텍사스산 원유의 재고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두바이유와의 가격격차가 다소 줄어들긴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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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정부가 원유의 해외 반출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놓고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서부텍사스 원유가 아무리 싸도 중국에서 사다 쓸 수는 없다.
결국 서부텍사스 원유는 미국 내에서 파는 수 밖에 없는데 그나마 미국에서는 남부 멕시코만 해안 지역의 정유공장들이 수요자가 될 수 있다.
텍사스산 원유는 내륙지방인 오클라호마주의 쿠싱이라는 곳으로 일단 모였다가 주변의 수요처로 수송되는데 미국의 송유관은 해안지역에서 내륙으로 기름을 보낼 수는 있는데 내륙에서 해안쪽으로는 기름을 보내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다. 남아 도는 텍사스산 원유를 남부 해안의 정유공장에 보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텍사스산 원유는 재고가 쌓이면서 값이 떨어지는데, 미국 남부의 정유공장들은 근처의 싼 기름을 못쓰고 두바이유를 수입해다 쓰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 송유관을 한 캐나다 회사가 인수해 송유관의 수송방향을 바꿔 내륙의 석유를 해안으로 보낼 수 있게 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텍사스산 원유는 미국에서만 팔리고 파는 사람도 달러를 받아서 달러를 사용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달러가치가 하락해도 배럴당 100달러에 팔리던 원유는 그대로 100달러에 팔린다. 그러나 두바이유나 브렌트유는 달러를 쓰지 않는 중동이나 유럽 사람들이 파는 기름이기 때문에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기름값을 올려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달러가치가 하락하는 추세라는 점도 텍사스산 원유의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집에 마당이 아주 넓다면 원유를 사다가 마당에 가득 쌓아두고 값이 오르길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그럴 수 있는 마당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원유는 현물 투자가 어렵다.
원유는 그래서 주로 선물에 투자해야 하는데 미국에서 거래되는 USO(United States Oil fund)라는 대표적인 원유 ETF도 이런 원유 선물을 사들이는 펀드다. 우리나라에서는 해외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이런 원유ETF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