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쇼크)`신화`에서 `쇼크로`..두바이의 미래는

by양이랑 기자
2009.11.27 13:59:46

공격적인 투자로 채무 불이행 위기
투명성 결여된 정부 자금조달이 위기 초래
아부다비 지원 여부가 `관건`

[이데일리 양이랑기자] 두바이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 상환 유예) 선언에 따라 향후 두바이의 전망에 암운이 드리웠다.  
 
`사막의 뉴욕`이라 불리던 두바이에는 위기가 감돌고 있다. 위기 이전까지 몇 년간 중동의 오일머니 등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몰리면서 급부상했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투자는 금융위기 이후 고스란히 리스크가 됐다. 일각에서는 한 때 가장 촉망받던 두바이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7개국 가운데 가장 취약한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에 따라 U.A.E.의 맏형인 아부다비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수 차례에 걸처 두바이를 지원한 바 있는 아부다비가 이번에도 구원투수로 나설지 주목된다.



두바이의 총 채무는800억달러이며 두바이월드의 채무는 590억달러다. 
 
두바이는 엄청난 선(先) 금융 투자가 이뤄지면서 급부상해 왔다. 그러나 불안감이 부각되는 가운데에서도 얼마 전까지 두바이는 채무 상환을 위한 자금의 추가 조달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였다. 소매 판매 증가, 부동산 부문 안정화도 이 같은 기대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달 20억달러의 수쿠크(이슬람 채권)를 발행할 때만해도 두바이는 자신감에 넘쳐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 누구도 제대로 된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금융 상황에 대한 가정이 잘못됐었던 것.
 
한 전문가는 "전형적인 톱다운 방식의 의사 결정이 투자자들을 매우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위 관료들은 "두바이는 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차 강조해 왔다.

이번에도 정부가 나서 신속하게 신규 자금을 조달하고 관련 기업들을 구조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 경우 역시 투명성 논란에 휩싸인다.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는 "정부가 나서면 자금 사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이같은 방식은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채무 상환 유예 발표 이후 두바이의 전망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여태까지 두바이에 대한 낙관론은 두바이의 채무 상환이 가능할 것이란 전제에서 비롯됐다. 

투자은행 EFG 헤르메스의 모니카 말리크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중반 이후 U.A.E.의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했지만, 두바이의 이같은 선언은 투자 심리를 후퇴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과 개인들의 높은 레버리지와 부동산 부문에 대한 익스포저로 인해 두바이는 U.A.E.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달 두바이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발행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두바이의 국내총생산(GDP)은 18% 감소했다. 대다수 전문가들 역시 올해 증가율도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두바이의 채무 급증은 두바이의 공격적인 성장 전략에 따른 결과물이다.

UAE 토후국 중 수도인 아부다비에 `오일 머니`가 대부분 집중되는 가운데, 석유가 거의 나지 않는 두바이는 무역, 운송, 여행 등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전략을 펼쳐왔다. 두바이는 각종 자유 지역을 만들어 놓고 특정 부문에 집중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 기업들의 부동산 매입을 허용하면서 자금을 끌어들였다.

지난 4년동안 두바이는 3000억달러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이 과정에서 정부와 국영기업의 빚이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붕괴 사태가 발생하면서 두바이의 현금 흐름은 악화됐다.

한편 지난해 두바이의 GDP에서 원유 비중은 2%에 불과했으나, 도매판매, 소매 무역, 부동산, 비즈니스 서비스 등은 큰 부분을 차지했다.



관심의 초점은 아부다비가 두바이에 구원의 손을 내밀지, 지원 규모는 어떠할지에 모아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엄청난 원유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아부다비는 U.A.E.에서 가장 월등한 부자 국가이며, 기존에도 두바이를 지원한 바 있다.

아부다비는 이번에 무조건적인 구제금융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바이로 인해 신뢰가 훼손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라시아그룹은 "아부다비는 현금을 지원하는 대신 두바이가 나서 기업들의 얼키고 설킨 경쟁 구조를 정리하는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두바이의 위기를 기회삼아 아부다비가 이 지역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지 여부도 관건이다. 아부다비는 두바이를 지원하게 될 경우 두바이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다. 경쟁하면서도 공생하고 있는 두 정부의 관계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사실 상 아부다비의 통제하에있는 U.A.E. 중앙은행은 올들어 아부다비가 발행한 채권 200억달러 중 100억달러를 사들인 바 있다. 또 이번 주 2곳의 아부다비 은행은 50억달러의 두바이 채권을 매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