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BOJ vs 일본 각료, 힘겨루기..와중의 "엔화 약세"

by박재림 기자
2001.07.05 15:10:41

[edaily] 일본 엔화환율이 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며칠동안 보였던 변동폭이 아주 적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날 달러당 1엔 정도의 변동을 순식간에 보이고 있는 것은 약간의 투기적인 거래가 끼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장관측도 달러에 대한 실수요는 약한 것으로 보인다는 쪽이다. 오후 3시 10분 현재 엔화환율은 125.46엔을 기록하고 있다. 실수요가 아닌 기술적인 거래에는 반드시 빌미가 있기 마련이다. 이날의 엔화 환율이 급상승하는데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일본은행(BOJ)와 일본 재무성 관료들간의 미묘한 신경전이다. 정부 각료들은 대개 경기가 좋아지길 희망한다. 특히 내각책임제하에서 정치인의 입각이 많은 일본에서는, 또 일본은 조만간 선거를 실시하게 되는 입장에 놓여 있는 만큼 정부내 각료들 입장에서는 경기가 조금이라도 살아나주길 학수고대하지 않을 수없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은 기본적인 입장을 볼 때 경기부양이 첫번째 과제일 수는 없다. 일본 정부내의 주요 인사들은 잇따라 일본은행을 향해 들으라는 식으로 "추가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취해달라"고 발언하고 있다. 지난주 일본은행의 정책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나온 이같은 발언들은 단계적으로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급기야 이날 시오카와 재무상은 일본은행에게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발언을 보냈다. 마이니치 신문을 통해 보도된 내용은 이번 주말 열리게 되는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일본은행의 추가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고 시오카와가 주장할 것이란 얘기다. 그런 얘기를 할 수있는 자리는 많고도 많은데 왜 외국에 나가서 일본은행에 대한 주문사항을 얘기할 것이라고 한 것인지, 신문은 이에 대해 국제적인 자리를 빌려 얘기하면 일본은행이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이 급등한 것은 결국 일본은행이 추가적인 완화조치를 취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갖도록 최근의 흐름이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딜러들은 이런 미묘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베팅을 한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추가적인 금융완화에 대해 약간은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개혁정책이 효과를 낼 수있도록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관측이다. 일본은행의 야마구치 부총재는 이날 오후 외환시장이 한창 변동하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은 적절한 통화정책을 취할 것"이란 말과 함께 여러가지 원론적인 얘기를 곁들여 했다. 돌려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까 좀 떠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물론 반대로 "그래 곧 완화할테니 기다려봐"란 얘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일본은행도 경기부양을 다른 때보다 각별한 목표로 생각하고 있으며 더군다나 최근에는 인플레 우려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단 시장에서는 야마구치의 발언이후 엔화 상승세가 한층 가속페달을 밟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