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지윤 기자
2026.06.30 05:31:02
[합계출산율 1.0, 골든타임 잡아라]②조선업 구조조정에 청년 유출 본격화
물량팀 확대·임금 정체에 고용사다리 붕괴
여성 일자리 부족에 혼인·출산 기반 약화
"지방 저출생 해법은 양질의 일자리"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조선소에서 3년만 일하면 결혼도 하고 집도 살 수 있었는데…”
최근 인터넷 카페 ‘거사모’(거제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는 과거 조선업 호황기를 기억하는 이들의 한숨 섞인 글이 종종 올라온다. “일자리는 조선소밖에 없고, 임금도 예전 같지 않아서 청년들이 떠날 수밖에 없다”는 토로도 나온다.
청년이 떠나자 혼인도, 출생도 줄었다
한때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꼽혔던 경남 거제시의 변화는 저출생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양질의 일자리 감소가 청년 유출로 이어지고 이는 혼인 감소→출생아 감소→보육·교육 인프라 축소로 연결되는 ‘인구 소멸 도미노’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29일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전국 시·군·구별 출생아 수 변화를 분석한 결과 거제시의 2024년 출생아 수는 2015년보다 76.5% 급감해 전국에서 세 번째로 감소 폭이 큰 지역으로 나타났다.
거제는 원래 인구감소지역과는 거리가 먼 도시였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중심으로 성장한 국내 대표 조선산업의 도시로,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국의 청년들이 몰려드는 ‘젊은 도시’로 통했다. 그러나 2016년을 전후해 해양플랜트 사업의 대규모 부실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주절벽이 겹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지역 경제를 떠받치던 산업 기반이 흔들렸고, 청년들의 고용 사다리도 함께 무너졌다.
문제는 최근 조선업이 다시 호황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과거처럼 청년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업계는 인력난을 호소하지만 정작 청년층 유입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고용 구조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과거에는 정규직 중심의 고용이 이뤄졌다면 현재는 필요할 때마다 외부 인력을 투입하는 물량팀 의존도가 높아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지역에서는 청년 정착과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실제로 조선업 현장에서는 숙련공 상당수가 다른 지역을 오가는 중장년층 인력 위주로 채워지고 있다. 공정이 끝나면 다른 조선소나 건설 현장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 소비나 혼인, 출산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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