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해외 핵융합실험장치 초전도선재 제작 수주 성공

by이연호 기자
2019.10.14 10:00:17

핵융합硏 ITER한국사업단과 긴밀한 협력 통해 420억 원 규모 수주 성공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국내 핵융합 사업 참여로 기술 역량을 키워 온 국내 기업이 해외 핵융합실험장치의 초전도 선재 제작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Nb3Sn 초전도 선재 중간재 및 최종선재. 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국가핵융합연구소(이하 핵융합연)는 국내 기업 ㈜KAT가 핵융합연 ITER한국사업단과 협력을 바탕으로 이탈리아에서 개발하는 토카막형 핵융합실험장치 DTT(Divertor Tokamak Test Facility)의 초전도 선재 제작 사업(430억 원 규모) 수주에 성공해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대전에 소재한 KAT는 지난 2006년 국내에서 개발한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의 초전도 선재 제작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으며 그 역량을 인정받아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의 초전도 선재 제작에도 참여하게 됐다. 지난 2008년 ITER 회원국들 중 최초로 초전도 선재 납품 승인을 받는데 성공한 이후 2014년 말까지 ITER한국사업단에 ITER 장치용 초전도 선재 총 93톤을 납품했다. 뿐만 아니라 ITER 회원국 중 하나인 일본이 조달하는 초전도 선재 수주에도 성공해 지난해 말까지 총 54톤을 납품했다.

KSTAR와 ITER 같은 토카막형 핵융합실험장치는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만들기 위해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가둬야 한다. 이에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할 수 있는 초전도 자석을 만드는 선재는 토카막 장치 건설을 위한 가장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이번 이탈리아 DTT 실험장치 초전도 선재 수주는 ITER사업의 국내 전담기구인 ITER한국사업단과 뛰어난 초전도 선재 제작 역량을 지닌 국내 기업 KAT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얻은 성과다.

ITER 한국사업단과 KAT는 이탈리아 DTT 핵융합실험장치 건설사업 계획을 인지한 지난해 초부터 해당 사업의 수주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KAT는 DTT에 부합하는 기술 사양의 초전도 선재를 선행적으로 개발해 나갔다.



DTT에 적용되는 초전도 선재는 기존 ITER에 사용된 선재와 동일한 직경을 유지하되 ITER 선재 대비 20% 높은 통전 특성을 요구한다. 또 총 55톤에 달하는 TF자석(토로이달 자석)용 초전도 선재는 전체 초전도 선재 중 가장 비중이 높아 다른 여러 부품보다 먼저 납품이 이뤄져야 한다.

KAT는 이를 위해 품질 안정화와 납기 준수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으며 그 결과 기술, 납기, 가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번 입찰에는 ITER핵융합실험로 초전도 선재 납품 완료 후 대형 후속 사업을 갈망하던 전 세계 주요 초전도 선재 업체들이 모두 참여하며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였다.

KAT 임재덕 대표는 “이번 수주 성공은 그동안 유지·발전시켜 온 KAT의 기술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은 것으로 ITER 사업 이후로도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위한 기술 확보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그동안 개발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고 품질의 선재를 성공적으로 납품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ITER 한국사업단 정기정 단장은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국내 핵융합 관련 산업체들이 ITER 사업 이후 대형 후속 과제가 없어 관련 첨단 기술들이 사장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이번 수주는 ITER한국사업단이 산업체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얻은 성과로 핵융합 관련 최첨단 제작 기술이 유지·발전될 수 있도록 국내 산업체에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KAT는 이번 수주 계약을 바탕으로 내년 7월부터 오는 2022년 2월까지 총 55톤의 초전도 선재를 순차적으로 이탈리아 ENEA(DTT 프로젝트 주관 연구소)로 납품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