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소현 기자
2016.08.07 15:26:30
퀵시는 알리바바와 올해초 분쟁…소송까지 검토
이질적 문화와 언어장벽 등으로 갈등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중국 자본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물밀듯 들어오면서 이 지역 스타트업의 돈 가뭄이 해갈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질적인 기업문화와 핵심 기술 유출 우려, 굴러 온 돌과 박힌 돌 간 알력싸움 등으로 순탄치 않은 길을 걷는 스타트업도 상당하다.
중국 자본의 미국 스타트업 투자가 늘어나면서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바일 앱 검색엔진을 개발한 퀵시(Quixey)와 여기에 투자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간 분쟁이 대표적이다. 2013년 퀵시가 알리바바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을 때만 해도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당시만 해도 중국 투자자들이 프리미엄을 대폭 얹어주던 시기였다. 실탄을 장전하고 몸값도 올린 퀵시는 별도 계약에 따라 알리바바를 위한 맞춤 기술 개발에 나섰다. 알리바바의 모바일 운영체계인 YunOS용 중국 앱에서 검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앱에서 검색하는 것은 웹에서 검색하는 것과는 기술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구글도 이를 개발하는 데 실패했을 정도다. 알리바바와 퀵시는 중국에서 이 기술로 발생하는 매출을 나누기로 계약했다. 2015년에 알리바바는 또 한차례 퀵시의 자금조달에 참여해 총 1억1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초 분쟁이 발생했다. 알리바바는 퀵시의 기술개발이 늦었다고 주장했고 퀵시는 여러달 동안 진행한 작업에 대해 알리바바로부터 수억달러를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알리바바가 중국에서 이 기술을 내놓았지만 예상했던 매출은 발생하지 않았고, 알리바바는 퀵시가 매출원을 다각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물었다.
이후 알리바바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정책과 우선순위가 변경되면서 퀵시를 비롯해 알리바바와 협력하던 스타트업들도 혼란을 겪어야 했다. 언어장벽 때문에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퀵시는 알리바바를 대상으로 소송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알리바바는 투자금 제공을 중단하고 투자계약서 상 조건을 다시 협상하자고 제안했다. 소송을 하지 않는 대신 돈을 빌려주는 조건을 제시했다. 몇 달간 재협상 끝에 퀵시는 3000만달러를 빌리기로 다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도 당초보다 개악됐다.
이같은 소동을 겪으면서 퀵시는 매출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핵심 경영진은 회사를 떠났다. 퀵시 설립자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에 전례 없이 중국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이제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중국 자본 유입은 스타트업 붐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2년간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인터넷 공룡 기업들은 물론이고 사모펀드, 가족 기업, 지방정부, 국유기업들도 앞다퉈 실리콘밸리 투자에 나섰다.
리서치회사인 로디엄 그룹에 따르면 부동산을 제외하고 실리콘 밸리에 대한 중국의 투자금액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60억달러를 넘어섰다.
실리콘밸리에서 자금조달이 쉽지 않았던 미국 스타트업에게 중국 자본은 단비와 같았다. 실탄 장전은 물론이고 중국 투자자를 통해 10억명 이상의 잠재 소비자를 가진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았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스타이마인드의 크리스 니콜슨 최고경영자(CEO)는 “스타트업이 샌드힐로드(캘로포니아주 멘로 파크에 벤처캐피탈이 모여 있는 거리 이름)의 폐쇄적인 벤처캐피탈로부터는 거절당헤도 중국 자본은 유치할 수 있다”며 “(중국 자본이) 지형도를 바꿔놨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중국 자본의 수혈을 받은 이후 분쟁에 시달리거나 고민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일부 중국 투자자들이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강공책을 쓰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혁신적인 기술만 빼내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투자계약서가 실리콘밸리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정도로 과한 경우가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편 중국 기업들은 돈을 투자하고서도 해당 기업들로부터 무시당하거나 투자금을 눈먼 돈으로 취급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있다. 양측의 불신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이 엄 트랜스링크캐피탈 이사는 “중국 파트너십은 이론적으로는 좋고 또 신 나는 일이지만 실제 현실은 포기해야 할 것도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