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동욱 기자
2015.09.06 16:50:40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올해 산별교섭을 벌이고 있는 금융권 노사가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빠졌다. 큰 틀에선 금융권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걸 양쪽 모두 공감하면서도 쟁점이 되는 금융권 호봉제,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해선 입장차가 첨예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도 금융권 노사가 임금 인상률을 제외한 나머지 핵심 쟁점사항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최근 열린 산별교섭에서 금융사용자협의회에 임금피크제 적용시기를 정년이 끝나는 만 60세부터 정하자는 내용의 추가 요구안을 전달했다. 내년부터 정년이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되는 만큼 정년이 끝나는 시기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국민연금 수급연령까지 정년을 늘리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만 60세까지 법정 정년을 보장한 후에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정년 보장형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자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노조의 요구대로라면 현재 만 46세인 1969년생은 만 60세까지 정년을 보장받고 이듬해부터 연봉이 깎이는 대신 정년을 국민연금을 받는 만 65세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현재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금융사 대부분은 정년 연장형 방식을 택하고 있다. 만 55세부터 적용하는 대신 법정 정년을 2년 연장한 만 60세까지 보장하는 방식이다.
한 은행권 노조 관계자는 “만 55세가 돼 임금피크제를 선택해 회사에 남아 있더라도 마땅한 일이 없어 대부분 회사를 떠나는 게 현실”이라며 “일단 법정 정년만큼 정년을 보장한 뒤 그 후에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게 제도 취지에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사용자협의회는 이런 금융노조의 주장에 타협의 여지도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 부행장은 “금융권은 고참급 직원이 많아 인건비는 해마다 상승하지만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도 인건비 상승을 막고 신규 채용 여력을 늘리기 위해서인데 만 60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자는 건 지금 사회 분위기와 전혀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근속연수에 따라 매년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방식의 임금체계를 완전연봉제로 개편하자는 금융사측의 요구는 노조의 반대로 전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정도만 연봉제를 운영하고 있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기관은 호봉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임원은 “지금은 일만 오래 하면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다 보니 직원으로선 굳이 열심히 할 유인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노조는 “금융권이 어렵다고 하지만 항상 이익을 내왔고 앞으로 어려워질 거라고 예상해 임금체계를 바꾸는 건 논리에 맞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핵심 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크다 보니 올해 금융권 산별교섭 역시 임금인상률만 정하는 수준에서 끝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사용자협의회는 최근 양측의 입장을 좁히기 위해 서울지방노동청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결국 조정은 실패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서로 한발씩 양보해 합의에 이루는 게 중요하다”며 “호봉제 역시 단계적으로 성과급제로 바꾸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