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약세에 엇갈린 희비…최대 피해자는 애플

by권소현 기자
2015.08.12 10:00:33

폭스콘·화웨이·레노버 등은 수혜
애플·얌브랜즈 등 중국 의존도 높은 기업 타격
항공사 부채부담 늘어 피해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해 전 세계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에 대한 판매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기업은 울상인 반면 그동안 해외 진출 노력을 꾸준히 기울였던 중국 기업은 함박웃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위안화 평가절하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애플이고 가장 큰 수혜자는 샤오미나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 등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에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지난 3분기(4~6월) 범중화권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12%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 경기둔화는 늘 애플의 리스크로 꼽혀왔고, 최근 위안화 절하로 인한 타격도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내 판매량을 유지해도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 이를 달러로 환전했을 때 매출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하던 소비재 기업들도 울상이다. P&G는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 총 매출의 8%가 범 중화권에서 발생했다. 폴 폭스 P&G 대변인은 “중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다음 단계를 예상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킴벌리클락의 경우에도 지난 분기 환율 효과를 제외한 중국 내 기저귀 매출은 30% 증가했지만, 위안화 약세를 반영하면 매출증가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KFC와 피자헛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얌브랜즈의 경우 매출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코카콜라 역시 다른 지역에서의 매출 부진을 중국에서 만회해왔다. 중국은 미국과 멕시코에 이어 코카콜라의 3위 시장으로 코카콜라의 매출 8%를 책임지고 있다. 중국에 최근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40개 이상의 생산시설을 갖췄고 지난 4월에는 중국 음료회사인 추량왕을 인수하는 등 중국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유럽에서 가장 타격을 입을만한 업체로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꼽힌다. 그나마 BMW와 다임러는 그동안 위안화 변동에 대비해 어느 정도 헤지를 해놓은 상태다.

현대자동차 등은 중국에서 합작법인을 설립해 중국 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위안화 절하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높다. 그러나 현대모비스 등 중국에서 영업하는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현대모비스는 일부 부품을 한국에서 들여오는데 이에 따른 비용이 늘어난다”며 “현대차가 중국 자동차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가격을 낮춰야 하기 때문에 부품 납품단가를 올려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약세는 한국, 일본, 호주 등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맞고 있는 국가의 내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위안화 약세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일본 소비재 기업과 유통업체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라옥스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BIC 카메라, 화장품 업체인 시세이도, 음식료업체인 메이지홀딩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 몇 년간 엔화 약세로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몰려들면서 특수를 누려왔다.

마키노 주니치 SMBC닛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약세로 인해 일본 기업의 전체 수익은 0.14% 감소할 것”이라며 “이 중에서도 도매업체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쇼핑지로 인기 있는 홍콩에서는 의류나 화장품 판매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은 미 달러화와 연동해 움직이는 페그제를 아직 고수하고 있다.

애플 제품 조립업체인 폭스콘이나 PC 제조업체인 레노버그룹 등은 위안화 약세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매출 대부분이 달러로 발생해 이를 위안화로 환전하면 규모가 늘어나는데다, 중국에서의 생산비용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폭스콘의 경우 매출 90% 이상이 달러화인데 비해 100만명 넘는 근로자에게는 위안화로 임금을 지급한다. 가만히 앉아서 위안화 약세 효과를 짭짤하게 누릴 수 있는 사업구조다.

최근 중국 내에서 애플과 삼성전자를 누르고 스마트폰 판매 1~2위를 기록한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해외 매출비중이 높거나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위안화 약세 수혜를 톡톡히 누릴 것이란 전망이 높다.

중국 IT뉴스 포털인 씨씨타임닷컴의 샹리강 최고경영자(CEO)는 “영역을 불문하고 중국 IT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며 “위안화 약세는 이들 기업의 제품을 좀 더 경쟁력 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업체 역시 중국내 제조비용이 낮아져 위안화 절하로 인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아웃소싱 기업인 리앤펑은 생산기지로서의 중국 매력이 높아지면서 아웃소싱 수입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페트로차이나는 국제유가가 달러화로 표기되는 만큼 중국에서 석유를 판매할 수록 더 많은 위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수혜 기업으로 꼽혔다. 중국알루미늄공사(치날코)도 국내외에서 달러 표시 원자재 판매로 위안화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 기준 가격이 같아도 위안화로 바꾸면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기업들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중국 항공사에게는 위안화 약세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항공기 구매를 위한 달러 빚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항송사들의 부채가 순식간에 수십억달러 늘었을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