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내세운 최문기, 삼성 넘어 '단말기유통법' 성공할까(종합)
by김현아 기자
2013.12.05 10:59:20
LG전자, 팬택은 찬성..삼성은 정부 입법안 사실상 반대
이통사, 소비자단체, 유통점 찬성..청와대는 갈려, 여론이 변수
미래부-방통위는 법통과 의지 재확인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삼성전자의 이견에도 ‘소비자 보호’를 내세운 최문기 미래부 장관의 승부수가 통할까.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5일 오전 제조사, 이통사, 소비자·시민단체, 대리점·판매점 업계 등을 대상으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간담회’를 열었다.
두 부처 수장이 참석한데다, 1시간 40여분동안 진행된 간담회가 모두 기자들에게 공개됐다는 점에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제조업체 중에서 유일하게 정부 입법안에 반대해 온 삼성전자(005930)에서 이상훈 사장(CFO)이 직접 참석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오른쪽)이 5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근 논란이 된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안’(단말기 유통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이동통신사, 제조사, 알뜰폰 사업자,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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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성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장려금 규모나 판매량 등의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는 걸 우려했으며, 조사와 제재 권한 역시 방통위가 아닌 공정위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간 정부 협의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안을 이날도 꺼내 든 것이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은 먼저 “우리나라 ICT 산업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발전했다”면서 “정부가 진행하는 법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여전히 △통신사뿐 아니라 제조사도 정부에 국내 판매량, 장려금 등의 자료를 내야 하는 것(12조)과 △공정위가 아닌 방통위가 장려금 이용자 차별 행위를 규제하는 것(9조 2항)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사장은 “장려금은 국내와 해외사업자간 차이가 있어 장려금 지급율이 유출로 알려지면 심각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면서 “9조 2항의 경우도 기존법(공정거래법)의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배원복 LG전자(066570) 부사장은 “소소한 오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면서 ”영업기밀자료에 대한 공개 불가 등의 문제는 (법 통과이후) 탄력적으로 논의하면서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창진 팬택 부사장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취지와 배경, 목적에 대해 반대하는 분은 아무도 없다”면서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히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이통3사와 한국소비자연맹, 서울YMCA,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이동통신판매인협회도 전부 법안에 찬성했다.
표현명 KT 사장은 “휴대폰 유통이 소비자 신뢰를 잃고 있어 유통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A사가 프리미엄폰을 출시하면, B사와 C사의 출고가 차이가 없고, 결국 장려금으로 푼다. 이는 동일단말기가 왜 해외와 국내가 다른가라는 비판의 대상이 된다. ICT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방안이 잘 만들어졌고 실효성 있게 가동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도 “판매점에 따라 어떤 사람은 90만 원, 어떤 사람은 50만 원에 같은 휴대폰을 사는 현실이 이 법으로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찬성했다.
최문기 장관과 이경재 위원장, 윤창번 미래전략수석비서관 등은 소비자들이 단말기 가격을 투명하게 알 수 있고, 외부에서 산 단말기로 이통사만 바꿔도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이 가능한 이 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장돼야 할 기업 간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 ‘소비자 보호’ 앞에서는 누구라도 대놓고 반대하기 어렵다”면서 “이 법이 만약 국회에서 좌절된다면 삼성도 후폭풍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일 오전 7시 30분부터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는 최문기 미래부 장관과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참석하는 ‘단말기 유통구조개선간담회’가 열렸다. 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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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간담회 말미에 “이용자들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단말기 보조금을 알 수 있게 해 이용자보호 제대로 하자는 데 대해 공감할 것 같다”면서 “반대하는 분은 없는 것 같고, 우려하시는 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시장경제 위반이라고 하지만, 세상에 제조사와 이통사가 결합해 이렇게 운영하는 곳은 없다”면서 “최소한의 공정경쟁 원리를 하자는 것이며, 삼성전자, LG전자 등을 키워야 하지만 소비자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