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금융의 꿈★)⑩-2"삼성·LG처럼 해외로 나가야"

by좌동욱 기자
2009.11.27 13:57:21

"코리아은행 해외 진출 너무 소극적..강 행장, 전략적 센스 뛰어나"
아리스타노프 RFCA 위원장 인터뷰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아르켄 아리스타노프(Arken Arystanov)는 알마티 카자흐스탄 내 대표적인 지한파(知韓)파 금융인이다.

한국의 금융서비스와 IT 인프라를 카자흐스탄에 도입하고자 한국을 수차례 방문했다. 강정원 KB금융(105560)지주회장 대행 겸 국민은행장에게 현지은행 인수·합병(M&A)를 처음 권고했 것도 자신이었다고 한다.

▲ 아르켄 아리스타노프 알마티 지역금융센터 위원장

아리스타노프 위원장은 현지시각 1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은행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기술적 인프라가 잘 발달돼 있지만 해외 진출에 소극적인 것이 약점"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은행 전문가들의 영어 사용 능력이 떨어지는 점도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 은행들도 삼성, LG, 현대차그룹처럼 해외로 뻗어나가야 한다"며 "특히 러시아부터 시작하라"고 권고했다. 러시아에는 중소형 은행수가 10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은행이 투자한 BCC에 대해서는 아직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리스타노프 위원장은 웃으면서 "국민은행이 투자한 이후 나도 BCC 고객이 됐는데, 여전히 새해 축하나 생일축하 메시지는 오지 않는다"며 "BCC의 영업 전략이 아직 바뀐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현재 카자흐스탄 대형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BCC가 잘 하면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 3명 중 1명이 BCC 고객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올해초 카자흐스탄 1위와 4위 은행인 BTA와 알리안스뱅크는 모든 채무에 대해 디폴트(지급불능)를 선언했고, 현재 채권단과 채무재조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여파로 은행에서 빠져나간 예금이 BCC 등에 쏠리면서 BCC 시장 점유율은 약 11%에서 14%로 올라섰다.

그는 강정원 회장 대행에 대해서도 "총 5번 만났는데 경험이 많은 은행 전문가"라며 "특히 미국 유럽 아시아 등 해외 경험이 많고, 전략적 센스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아리스타노프 위원장은 이어 "처음 한국에서 만났을 때 한국계 은행이 진출하면 카자흐스탄을 거점으로 활용해 러시아 등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고 했었다"며 "1년이 지난 후 국민은행이 본격적으로 카자흐스탄 진출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금융위기와 관련해서는 "부동산 위기와 금융위기 등 2종류의 위기가 발생했다"면서도 "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1년 먼저 발생했기 때문에 글로벌 위기에도 맞설 수 있었다"고 소회했다. 외국계 투자자들이 BTA와 알리안스 뱅크의 채무 재조정 방식에 불만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협상이 계속 진행중"이라면서도 "당시 많은 투자자들의 욕심이 너무 컸다. 앞으로는 차분하게 리스크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은행에 따르면 이들 두 은행은 국제 관례상 채무재조정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무역금융(수출금융)을 채무재조정 대상에 포함시켜,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디폴트 선언 이후 국유화를 진행해 BTA 지분 75% 확보하고 있고, 알리안스 뱅크 지분 76%을 매입할 계획이다.

아리스타노프 위원장은 국유화된 은행 처리 방향에 대해서는 "해외에서 전략적 투자자들을 찾고 있다"며 "대형 은행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자본을 가진 전략적 투자자가 들어오면 정부는 은행에서 빠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