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돼지와 경쟁한다 (육질)한우에 도전한다

by조선일보 기자
2009.10.15 12:30:00

서울의 소문난 육우 전문점

[조선일보 제공] 육우(肉牛)는 억울하다. 사람들이 자꾸 젖소로 착각한다. 법적으로 육우는 "고기생산을 주목적으로 사육된 소로서, 한우고기와 젖소고기를 제외한 모든 국내산 쇠고기"의 통칭으로 규정된다. 물론 사람들도 할 말은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국내산 육우는 대부분 '얼룩소' 즉 홀스타인종(種) 수소이다. 젖소는 홀스타인종 암소이다. 그러니까 겉보기에 육우와 젖소는 거의 같다. 하지만 고기 맛은 전혀 다르다.

젖소 고기는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로서 수명이 다한 홀스타인 암소에서 나오는 고기다. 자연 맛이 떨어진다. 홀스타인 수송아지는 거세를 하고 비육사료를 먹여 육우로 키운다. 육질(肉質)이 한우 수준까진 아니라도 꽤 괜찮다. 일반 소비자는 한우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일부 비양심적 고깃집에서 육우를 한우로 속여 파는 건, 역설적으로 육우 고기의 육질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한다.

맛있고 푸짐하다고 소문난 서울의 육우 전문점을 찾아가 먹어봤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한우보다 30~40% 저렴하고 수입고기보단 30~40% 비싼 편이다.

_ 육우는 거세를 한다. 육우뿐 아니라 한우 수소도 마찬가지다. 수소의 생식기를 제거하는 건 노린내를 없애기 위해서다. 거세하면 노린내는 없지만 고기 맛이 밍밍해진다. '보리네 생고깃간'에선 이 단점을 보완하려고 보리를 먹인다. 보리 등 곡물을 먹으면 고소한 맛이 진해지고 마블링이 좋아진다.

보리를 먹여서인지 고기에서 짙고 구수한 감칠맛이 난다. 1인분 300g. 원래 쇠고기 1인분은 200g이 기본이었지만, 요즘 웬만한 고깃집에선 1인분이 150g이다. 심지어 서울 일부 고깃집에선 120g에 5만원씩 받기도 한다.

▲ 보리네 생고깃간 상암점 꽃등심. / 조선영상미디어

가격은 지점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 서울 상암점 기준 꽃등심(300g) 3만2000원, 갈빗살(300g) 3만2000원, 차돌박이(300g) 2만5000원. 다른 육우점과 비교하면 약간 비싼 편이나 육질이 우수하다. 등심·안심·갈빗살·차돌박이 따위가 모둠으로 나오는 '보리소 한마리'(1㎏) 5만5000원, '반마리'(600g) 4만원. 꽃등심·치마살·안창살·토시살·제비추리 등 특수부위로 구성한 '보리소 스페셜'(1㎏) 8만5000원. 돼지고기도 괜찮다. '보리돼지 한마리'(1㎏) 3만원, '반마리'(600g) 2만원, 생갈매기살(300g) 1만5000원, 생오겹살·생삼겹살(300g) 1만1000원.

전국에 20여 분점을 뒀다. 상암점(02-6393-5192), 보라매점(02-845-5525), 양평점(02-2634-6692) 등 서울에는 서남쪽에 몰려 있다. www.borine.co.kr

_ 가게로 전화 걸면 "안녕하세요. 돼지고기 가격으로 쇠고기를 드실 수 있는 정육식당입니다"라는 통화연결음이 흘러나온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등심·안심 따위로 구성한 '소 한마리'(800g) 3만9000원, 살치살·토시살·안창살·제비추리처럼 구이용으로 인기 높은 부위로 구성한 '특수부위'(300g). 주인은 "기왕 쇠고기 먹을 거면 등급 좋은 고기를 맛있게 먹으라"면서 '점장 특별 추천메뉴'(1㎏·49000원)를 권했다.

구이판이 뜨겁게 달궈지면 고기와 함께 나오는 지방 덩어리를 고루 발라준 다음 굽는다. 고기가 약간 싱겁지만 아주 싱싱하고 건강한 맛이 난다. 지방도 느끼하지 않고 맑고 신선한 느낌이다.

'육회'(1만8000원)도 맛있다. 지방 없는 부위를 가늘게 썰어서 역시 가늘게 썬 배와 다진 마늘, 설탕, 참기름, 간장에 살짝 무친 다음 달걀노른자를 얹어 낸다. 종업원이 말릴 틈도 없이 육회와 노른자를 버무려 상에 놓는 건 아쉽다. 차진 쇠고기와 아삭한 배가 만드는 대비가 좋다. 너무 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은 양념 솜씨도 괜찮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6동 4578 (02) 849-8221 www.nongshimga.co.kr

_ 엄청나게 많이 준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 식당을 유명하게 만든 '육회'(500g 2만5000원)부터 주문했다. 푸짐하단 말로는 부족하다. 쇠고기 '산(山)'이 나온다. 아주 얇게 썬 쇠고기를 배, 파, 참깨, 설탕, 참기름, 간장 등으로 버무리고 노른자를 얹어 낸다.

푸짐하긴 한데 육질은 떨어진다. 육질을 말하기에 앞서 고기가 너무 얼었다. 노른자를 터뜨려 무치면 고기에 버무려지는 게 아니라 차갑게 들러붙는다. 육회 먹다가 춥다고 느끼긴 처음이다. 뜨거운 밥에 고기가 녹는 육회비빔밥(7000원)은 괜찮다.

'등심'(500g·3만5000원), '아롱사태'(500g·2만8000원), '차돌박이'(500g·2만8000원), 차돌과 아롱사태가 반씩 나오는 '모둠'(500g·2만8000원) 등 구이용 고기도 육질이 훌륭하진 않다. 거세육이라선지, 얼린 고기라 그런 건지 밍밍하다. 하긴 1인분에 무려 500g씩이나 주면서 3만원도 받지 않는 식당에서 육질을 기대한다는 게 웃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종로5가 백제약국 왼쪽 골목으로 약 100m 들어가 오른쪽. (02)762-7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