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좌동욱 기자
2007.12.05 14:44:30
정동영-문국현 단일화 논의 급물살 탈듯
정치권, '이명박' 특검법 충돌 '초읽기'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5일 검찰의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반(反) 이명박 '전선'이 급속히 결집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은 "검찰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거리 유세로 나서고 있다. '특별검사법' 도입 주장도 '세'를 얻고 있다. 정책과 비전 측면에서 '대척점'에 섰던 정동영 후보와 이회창 후보까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검찰이 이명박 후보 손을 들어줄 경우 '지리멸렬'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다른 흐름이다.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은 검찰과 '전면전'에 들어갔다.
통합신당 선대위는 이날 지방 유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검찰의 편파수사에 항의하는 '검찰 규탄대회'를 여는 데 주력했다. 통합신당은 이날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한 데 이어 낮 12시부터 명동, 오후 6시부터 광화문에서 규탄대회를 잇따라 개최한다.
이날 오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격앙된 '발언'들이 쏟아졌다.
"우리가 검찰을 수사하겠다"(오충일 선대위원장) "오늘은 검찰의 치욕스런 날로 기록되는 날"(김효석 원내대표) "5공체제로 돌아가고 있다는 불길하면서 섬뜩한 느낌"(이해찬 선대위원장) 등 원색적인 '비난'이 터져 나왔다.
2004년 총선 당시 '탄핵 역풍'과 비견될 정도다.
이회창 후보도 이날 유세 일정을 중단했다. 강삼재 선대위 전략기획팀장은 "검찰이 이명박 후보의 대변인으로 전락했다"며 "(수사 결과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 (검찰은)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후보 선거캠프 역시 당분간 유세 활동을 접는 대신 검찰 편파수사에 항의하는 범국민저항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입장. 후보 팬클럽인 '창사랑'도 촛볼시위를 벌이거나 검찰을 항의 방문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후보는 검찰의 이번 수사 발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후보가 검찰 수사로 낙마할 경우 보수진영 대표주자로 나선다는 '스페어 후보론'이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
정동영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한가지 이슈에 대해 동일한 목소리와 동일한 행보에 나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두 후보는 비전, 공약, 철학 등에서 정반대라는 '평가'를 받는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도 거리로 나설 태세다. 문 후보 선대위의 김갑수 대변인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단 한 글자도 인정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 검찰을 국민에게 고발한다. 국민 여러분과 함께 저항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이날 검찰 수사로 이명박 대세론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진보 진영이 결집해야 하는 '명분'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단일화 시기와 방법을 두고 시각차를 드러냈던 두 후보의 단일화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방안을 위임한 시민단체 대표들도 4일 밤과 이날 오전 잇따라 두 후보 선대위 관계자들과 만나 '중재안'을 논의했다. 빠르면 이번 주말까지 중재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의 '관심'은 이날 통합신당이 제출할 특별검사법안에 쏠리고 있다.
'BBK 이슈'를 내년 총선까지 끌고가, 정치 공세를 펼 수 있다는 '유혹'이 정치권을 자극하고 있다. 현재 정치권 분위기라면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법적 걸림돌은 없다.
통합신당(140석), 민노당(9석), 민주당(7석), 창조한국당(1석)을 모두 합친 의석 수는 157석으로 법 통과에 필요한 정족수(150석)을 넘긴다.
다만 민주당은 "공정한 수사인 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유종필 대변인)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 대변인은 "우선 국회 법사위를 열어 검찰의 수사경과를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물리적으로라도 법안 통과를 막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특검법을 놓고 또다시 국회에서 '정면 충돌'하는 상황도 우려된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특검법은) 몰지각한 관중이 모여 계속 떼를 쓰고, 억지를 쓰는 것"이라며 "몸으로라도 막겠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