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기업, 저출산 해소에 `팔 걷었다`

by권소현 기자
2007.03.22 11:26:00

마츠시타, 임금인상 대부분 자녀수당에 할애
NTT, 9세 이하 자녀 둔 직원 근무시간 단축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일본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나섰다. 자녀 수당을 인상하는가 하면 어린 자녀를 둔 직원의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쓰시타는 올해 임금인상분의 대부분을 자녀 수당에 할당키로 노조와 합의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출산을 장려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2명의 자녀를 둔 마쓰시타 직원은 연간 21만6000엔의 자녀수당을 받게 된다. 이는 전년비 2만4000엔 오른 것으로 30대 초반 엔지니어들의 연봉이 약 390만엔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많은 액수다.

마쓰시타 노조는 "임금인상 대부분을 자녀가 있는 가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같은 제도가 다음 세대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최대 통신회사인 NTT는 9살 이하의 자녀를 둔 직원의 근무시간을 단축했다. 캐논은 다음달부터 자녀를 출산할 경우 출산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자녀를 출산했을 경우 부부중 한명이 육아를 위해 1년동안 육아휴직을 할 수 있으며 이 기간동안 월급은 3분의 2까지 받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나아가 출산휴가 동안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고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과도하게 일을 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달에 80시간 이상 추가로 근무할 경우 시간외근무수당을 인상토록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마쓰시타를 비롯한 기업들의 출산 및 육아 수당 인상에 대한 비판도 있다. 수익이 늘어나면서 정부가 이를 저출산 해소에 투자하라고 압력을 가할 경우 일괄적으로 인상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주장이다.

                              ▲일본 출산율 및 인구변화 추이

게이오 대학의 고용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세이케 아츠시는 "노조가 정말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면 근무시간을 줄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출산율은 1975년 부부당 2명 이하로 떨어진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05년 1.26명까지 내려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이는 다른 선진국인 스웨덴(1.71명), 미국(2.04명, 2003년 기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2005년 1.08명으로 일본보다 더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