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허쥬마' 앞세워 8조 유방암 시장 '도전장'

by강경훈 기자
2018.02.18 16:25:36

세 번째 바이오시밀러 '허쥬마' 유럽 허가
2000년대 후반 돈 되는 '바이오시밀러' 주목
3개 상용화 성공 5개 연구개발 중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셀트리온(068270)이 유럽시장을 공략할 3종 바이오시밀러(생화학제제 복제약) 세트에 대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최근 유방암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가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최종 사용 승인을 허가 받았다. 셀트리온이 지난 2015년 10월 EMA에 허가신청을 한 지 1년 4개월만, 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긍정의견을 들은 지 두 달만의 일이다.

허쥬마의 오리지널 약인 ‘허셉틴’은 미국 제넨텍(스위스 로슈에 합병)이 1998년 개발한 약으로 △초기 유방암 △전이성 유방암 △전이성 위암 등에 쓰이며 연간 8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약이다. CHMP는 지난해 12월 허셉틴의 모든 적응증에 허쥬마가 동등한 효과를 보여 허가 해도 된다는 긍정의견을 EMA에 전했다. 통상 EMA는 전문가 회의인 CHMP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기 때문에 허셉틴의 유럽 허가는 시기가 문제일 뿐 허가 자체는 언젠가는 마무리될 일이었다. 이번 유럽 승인으로 허쥬마는 지난해 11월 승인을 받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온트루잔트’에 이어 유럽 승인을 받은 두 번째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에 이름을 올렸다.

허쥬마는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램시마와 혈액암치료제 트룩시마에 이어 셀트리온이 자체 개발한 세 번째 바이오시밀러다. 세 번째로 허가를 받았을 뿐 세 약의 시작은 비슷했다. 셀트리온은 회사 설립 초기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에 집중했다. 약을 직접 개발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BMS의 류마티스치료제 ‘오렌시아’를 위탁생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직감했다. 바로 1980년대부터 하나둘 나오기 시작한 바이오의약품 특허가 조만간 끝난다는 것이었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 있는 동물 세포나 조직을 이용해서 만든다. 그만큼 개발이 어렵고 값이 비싸 1년치 약값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화학구조만 알면 누구나 복제약(제네릭)을 만들 수 있는 화학합성의약품과 달리 바이오의약품은 바이오시밀러를 만들기 어렵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하면 바로 오리지널 약과 경쟁이 가능한 것이다. 서 회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집중했다. 6~7년 걸리는 개발기간과 오리지널 약 특허만료시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늦출 수 없었다.

서 회장은 오리지널 약 시장 규모와 잔여 특허기간, 경쟁상황 등을 고려해 연구개발에 집중투자해야 할 바이오의약품 8개를 정했다. 자가면역질환 항체치료제 각각 1·2·3위인 휴미라·엔브렐·레미케이드를 비롯해 유방암·대장암·혈액암 표적항암제, 미숙아폐질환 바이러스치료제 등이다. 셀트리온은 이번 유럽 허가를 통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까지 상용화했다. 현재 5개 바이오시밀러를 추가로 연구개발 중이다.

램시마는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2013년 유럽에 출시했다. 4년 정도 지난 현재 램시마는 유럽에서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 49%를 점유할 정도로 성장했다. 트룩시마는 지난해 2월 첫 선을 보인 이후 램시마보다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번 허쥬마 유럽 허가로 셀트리온은 유럽연합 내 28개국을 비롯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유럽경제지역(EEA) 3개국 등 31개국에서 허쥬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셀트리온은 허가는 삼성바이오에피스보다 늦었지만 본격적인 경쟁에서는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공공보험 시스템인 유럽에서 본격적인 입찰은 2~3분기에 집중된다”며 “사실상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출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쥬마를 독점공급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는 지난 8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2018 셀트리온헬스케어 인터내셔널 써밋’을 열고 먼디파마, 바이오가랑, 오라이온, 컨 파마 등 25개 글로벌 파트너들과 판매 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서 회장은 “올해는 램시마와 트룩시마에 이어 허쥬마 등의 새로운 제품을 유럽과 세계 시장에 선보이는 원년”이라며 “2030년까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연구개발과 상업화에 전력을 다해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유방암 치료제(바이오시밀러) ‘허쥬마’ (제공=셀트리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