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수익 기자
2015.07.12 15:34:30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국민연금이 삼성의 손을 들어주면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성사 가능성이 9부능선을 넘었다. 여전히 부동표로 분류되는 다수 소액주주의 표심 향방을 예단할 수 없어 뚜껑은 열어봐야 하지만 삼성측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또 다른 포인트는 합병 이후다. 제일모직(028260)과 삼성물산(000830) 합병이 삼성의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법정 공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엘리엇이 상법상 보장된 주주권을 행사해 지속적으로 삼성측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이미 주주총회 금지 소송과 자사주 매각 금지 소송에 대해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고한 상황이다. 두 사건 모두 주총일인 17일 이전에 결론날 가능성이 높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주총 이후에도 엘리엇이 주총결의 무효소송 등 법정 공방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엘리엇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 추가 소송을 제기하거나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현 합병비율(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대로 합병이 이뤄져도 엘리엇이 여전히 합병법인의 지분 2.1%를 보유하게 된다는 점도 관건이다. 삼성 대주주 일가와 계열사가 합병법인 지분 40%를 보유해 지분경쟁 가능성은 낮지만 대표소송권 등을 통해 엘리엇이 장기전 채비를 갖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상법상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대표소송권을 통해 ‘손해를 입힌 이사에 대해 회사를 대표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반대 입장을 밝힌 이후 삼성화재와 삼성SDI 지분도 1%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도 이러한 주주권 행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화재와 삼성SDI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법인의 주주이자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곳이다.
엘리엇이 추가 지분을 늘리거나 다른 주주들을 규합, 3% 이상 주주에게 부여되는 주주총회 소집청구권, 이사해임청구권, 주주제안권, 회계장부열람권 등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