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대웅 기자
2013.05.23 11:30:01
[위험산업]경쟁적 설비 확장 등으로 수급 불균형 심화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17회 SRE 설문참여자 109명 중 28명(26%)이 신용위험이 커지는 산업으로 철강업을 꼽았다. 6개월 전 실시된 16회 SRE(14%)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지난 15회에서는 11%에 불과했고 14회에서는 단 한 표도 받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철강업에 대해 시장에서 인식하는 위험도가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철강업이 위험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수급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기위축에 따른 전방산업 부진으로 수요는 계속 줄고 있는 반면, 국내 철강업체들이 수년 전부터 생산시설을 확장하는 바람에 공급은 넘쳐나는 상황이다. 중국이 철강재 생산을 늘리며 수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철강업체들의 침체를 불러오는 요소가 되고 있다.
철강 경기의 부진은 철강재의 주요 수요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성장이 둔화되고 건설업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본격화했다.
소재산업인 철강산업은 자동차, 건설, 조선, 전기전자 등 다양한 전방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산업에 소재를 공급하기 위해 봉형강, 판재, 강관 등 여러 세부산업이 형성돼 있다. 전방 수요산업이 다양해 위험분산 효과가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전방산업 전반이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철강업이 활기를 잃고 있다. 과거와 달리 철강업체들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김병균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철강의 주요 전방 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및 건설 등의 업황 등을 감안할 때 위축된 수요의 의미있는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철강업체들이 대규모 증설로 공급량을 크게 늘렸음에도 기대했던 만큼 수요는 늘지 않고 있다. 중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지역 내 공급과잉 기조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철강재 순수출국으로 전환했고, 최근 중국 내 철강 수요 둔화는 오히려 수출을 확대시켜 다른 지역에서의 가격인상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00년대 말부터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한 대형 상공정업체를 중심으로 투자완료 시점에 철강경기가 불황으로 접어들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이뤄진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철의 대규모 투자는 국내 공급부족이던 열연 및 후판 제품의 수급 구조에 변화를 가져왔다. 수요처인 냉연사, 강관사 입장에서 구매 교섭력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돼 원가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냉연, 강관 시장이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태에 접어들면서 수익성 확보 여부는 수요산업의 경기변동과 수출시장 여건에 의존하고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한 대형 상공정업체는 외부자금 조달로 급격히 차입금을 확대한 가운데 투자완료 시점에 철강경기 불황을 경험하게 됐다. 이는 투자회수 기간을 장기화시켜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이들 업체들은 수입대체와 수출시장 확보를 통한 수익성 확보가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고, 이를 통한 투자비 회수와 차입금 상환능력 개선 여부가 중요한 기업평가 요소가 되고 있다.
국내 공급 과잉으로 수출시장에 내몰린 국내 철강제품의 수출 채산성 확보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환율 하락 시 수출입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실적 부진에 시달릴 수 있으므로 환율 변동 또한 주된 관찰 요소다.
한 SRE 자문위원은 “철강업은 최근 설비 투자가 가장 많이 이뤄졌고 현재 수급에 큰 문제가 있다”며 “일본과 경합도가 80% 가량 되는데 최근 환율 움직임에 따라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