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형수 기자
2011.08.05 14:30:14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40대 초반 자영업자 A씨는 최근 도통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지난 4월 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향해 가면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던 시절, 자문형 랩에 가입한 탓이다.
이번주 들어 A씨는 매일 지점 직원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수화기를 붙잡고 하소연해봐도 막상 환매하기에는 손실을 만회할 대안이 없으니 그저 증시가 다시 살아나기만을 바라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자문형 랩 상품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이 코스피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가 고액자산가를 위해 강남에 개설한 PB센터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6월, 두달 동안 국내 증시가 조정을 보이면서 랩 상품 조정 폭이 코스피보다 컸다"며 "지난달 반등장에서 수익률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불만을 표출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자문형 랩을 판매하고 있는 B증권사가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집계한 수익률을 살펴보면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B증권사가 판매한 브레인투자자문과 창의투자자문 자문형 랩은 각각 9%, 11%가량의 손실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7% 하락한 것을 고려해도 시장 대비 수익률이 저조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주 들어 증시가 전반적으로 급락한 것까지 계산에 넣으면 자문형 랩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욱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자문형 랩 포트폴리오 가운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아차(000270)와 LG화학(051910), 제일모직(001300) 등은 이번 한 주 동안 각각 8~15% 하락했다.
올해 자문형 랩에 가입한 투자자는 "직접 투자할 때 매번 상투를 잡아 손실을 보곤 해서 간접 상품에 가입했다"며 "결과적으로 자문형 랩 상품도 꼭지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주식 비중 조절`을 통한 수익률 관리가 사실상 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자문형 랩으로 자금이 몰릴 당시 자문사들은 상승장에서는 시장보다 수익률을 높이고 하락장에서도 손실률을 줄일 수 있다며 운용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근 조정장에서 일부 주도 종목에 집중 투자한 자문사들 수익률이 더욱 저조했다. `쏠림 투자`에 따른 부작용이 그대로 나타난 셈.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최근 자문형 랩 수익률을 보면 가치주와 중소형주에 투자한 상품 수익률이 양호한 편"이라며 "지난해 성과가 좋았던 압축 포트폴리오형 상품 수익률은 대부분 하위권"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