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시대 펀드전략)①열풍 3년, 수익대신 경험을 얻다

by이진철 기자
2009.04.28 11:48:07

<1부>펀드문화가 달라진다
펀드열풍 3년 파란만장..`2천찍고 1천선깬후 제자리로`
자통법 시행으로 투자요건 변화·펀드인기 주춤 `새국면`

[이데일리 이진철기자]
직장인 이승연씨(33세·가명)는 재테크 수단으로 펀드투자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무르익기 시작했던 2006년 4월부터 증권사에 다니던 친구의 권유로 `미래에셋 디스커버리주식형펀드`에 적립식으로 가입해 매월 10만원씩을 불입했다.

이씨가 펀드에 가입한 시점인 2006년 4월1일 코스피지수는 1359.60. 이후 코스피지수는 2006년 6월 1200선으로 밀려나며 등락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다시 1300선을 회복하며 본격적인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2007년 1400선으로 시작한 국내 증시는 랠리를 지속하며 같은해 10월 2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0선 돌파의 기쁨은 잠시였다. 2008년 1월에는 1800선으로 조정을 거친데 이어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야기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같은해 11월에는 코스피지수가 1000선 아래로 급락했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올 3월까지 1000~1200선의 박스권 장세로 등락을 거듭하다가 4월 들어 1300선을 회복했다.

현재 국내증시는 이씨가 펀드에 가입했던 3년전과 비슷한 수준의 지수대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이씨가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은 어떻게 됐을까. 이씨는 매월 적립식으로 펀드에 10만원씩 불입하면서 증시 등락에 따라 3가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우선 자신이 펀드에 가입한 코스피지수 당시보다 낮았던 2008년 10월 펀드를 환매할 수 있다. 아니면 펀드는 환매하지 않았지만 적립식 불입을 중지할 수 있다. 또다른 선택은 지수 등락에 관계없이 현재까지 펀드에 꾸준이 불입했을 경우다.

만약 이씨가 2006년 4월1일부터 매월 10만원씩 `미래에셋 디스커버리주식형펀드` 적립식으로 투자하다가 코스피지수가 1200을 하회했던 2008년 10월17일 환매를 했다만 총 31회 불입에 편드의 수익률은 -12.27%로 손실을 보게 된다.

펀드를 환매하지 않았지만 2008년 10월17일부터 불입을 중지했다면 총 31회 불입에 지난 14일 현재 펀드 수익률은 0.69%를 나타낸다.

반면 펀드에 꾸준히 불입을 했다면 총 36회 불입에 지난 14일 현재 펀드 수익률은 3.61%를 기록하게 된다.



이같은 이씨의 사례는 투자자들이 처한 상황이 각기 다르다는 점에서 일반화될 수는 없다.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적립식펀드는 증시회복기에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하반기 모든 투자자들이 공포에 휩싸였을 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펀드에 불입을 계속한 투자자라면 최근 증시회복의 수혜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작 투자자들의 현실은 그러지 않다.

시장에서 펀드투자를 권할 때 지수는 상투 수준이었고, 결국 남들이 하는 펀드투자를 나도 따라했다면 여전히 큰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 지수는 바닥이었고, 투자를 지속했다면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이같은 모습은 최근 시중 자금동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지난 17일 기준으로 139조6040억원으로 작년말(140조2140억원)에 비해 6100억원이 감소했다. 이에 비해 설정액과 운용수익을 합한 전체 주식형펀드 순자산액은 96조3350억원으로 작년말(88조2620억원)에 비해 12조3920억원이 증가했다.

증시수급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적립식펀드로의 자금유입도 주춤한 모습이다. 2월말 현재 전체 적립식계좌수는 전월에 비해 19만7000개 줄어든 1393만 계좌를 기록했다. 적립식 계좌수는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적립식펀드 판매잔액은 1월보다 3060억원이 늘어난 77조3660억원을 기록했지만 1월 증가분 4820억원에 비해서는 증가 규모가 다소 줄어들었다.

이는 연초이후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회복됐지만 투자자금은 오히려 빠져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시중 유동자금은 여전히 증시 주변을 멤돌고 있다. 특히 경기지표의 개선과 증시상승 등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면서 증시 대기성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 2월 10조원대에서 3월 12조원대로 증가했고, 이달에는 16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증시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비교적 투자기간이 짧은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펀드수익률이 최근 20~30%의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실제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원금회복 속도는 이보다 더 더디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이에 비해 일부 코스닥 종목의 경우 연초이후 랠리로 2~3배 이상 급등한 종목이 속출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펀드보다는 직접투자에 더많은 관심을 갖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자통법 시행이후 펀드투자 요건이 까다로워진 것도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통법은 투자자 등급 유형에 따른 투자권유를 의무화하고 있다. 투자자와 투자대상의 등급을 유형별로 5단계 이상으로 나눠 투자자 등급을 초과하는 투자대상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함으로써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펀드 판매사들이 고객들의 투자성향이나 펀드에 대한 이해없이 위험등급이 높은 펀드나 인기펀드 위주로 권유를 해왔던 그간의 관례를 바꾼다는 측면에서 펀드시장에 커다란 변화로 다가오고 있다. 무엇보다 펀드의 불완전판매 요인을 제거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권순학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최근 몇년간 개인들의 펀드투자는 인기를 끈 반면 직접투자는 상당히 위축돼 있었다"면서 "따라서 최근 펀드 대신 직접투자에 대한 선호현상은 주가상승 초기에 일어날 수 있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 개인투자자들이 직접투자로 등락장에서 큰 손실을 봤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하락장에선 펀드투자자보다 개인투자자들 손실은 더욱 컸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권 상무는 "만약 주가가 조정에 들어간다든지, 본격적인 실적장세가 도래해 종목 차별화 현상이 벌어지면 직접투자자는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다"면서 "펀드는 대형우량주 위주로 분산투자돼 있기 때문에 저금리시대에 위험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경기침체 분위기속에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달라진 경제상황은 과거와 달라진 펀드투자 분위기다. 무조건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펀드투자에 대한 환상이 깨진 상황에서 투자자들도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 펀드투자에 나서는 것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경기부양과 신용경색의 해소를 위해 각국 정부들이 막대한 규모의 통화를 금융 시스템에 공급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유동성에 따른 예상 외의 빠른 소비경기 회복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자산가격과 물가가 동시에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따라서 현금보유가 무조건 안전한 것이 아닌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가진 자산에 대한 장기투자가 가지는 의미는 향후에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 3년간 펀드투자 분위기를 되짚어보면 가장 긍정적인 전망이 많았던 2007년이 결국은 이후 시장이 급락해 가장 위험한 시기였다"면서 "반면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해 현금비중을 늘리라는 조언이 많았던 작년 하반기가 현재의 반등을 앞둔 가장 좋은 매수시기였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따라서 "시장의 등락에 따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투자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였다"면서 "자산의 자산포트폴리오에서 시장이 과열되면 주식비중을 줄여주고, 반대로 하락해 가격메리트가 생기면 주식비중을 늘려주는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정철 우리CS자산운용 사장은 "향후 2~3년간 시장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립식을 중심으로 투자기회가 될 수 있으며, 거치식 투자시에는 목표수익률을 낮추고 자산배분 관점에서 수익률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