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환율논의 "유연성"에서 "안정성"으로?

by황현이 기자
2004.01.19 11:32:46

[edaily 황현이기자] 올 2월초 열리는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 환율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국자들 사이에 어떠한 의견 조율이 이뤄질 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유로권에서 구두개입을 단행해 유로 상승에 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개입 강도를 높이고 있어 달러 약세 추세에 대응하는 양 통화권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 축을 이루는 미국의 경우 통화가치 하락으로 수출업체 수익성이 개선되는 한편 경상적자가 감소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어 이러한 추세에 반발할 이유가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9월 42억달러까지 축소됐던 미국 채권 및 주식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11월 들어 876억달러로 급증하는 등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해외자금 유입세마저 건재한 것으로 밝혀져 이를 추가로 용인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하게 됐다. 이에 따라 미국 측에서는 최근의 환율에 대해 상대적으로 방관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환리스크를 절감하고 있는 유럽과 일본 측이 공조를 달성해야 할 필요성이 강해졌다. ◇달러 하락 근본 배경에 문제제기 19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회담에서 일본의 다니가키 사다카즈 재무상이 달러 약세의 근본적인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대해 거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그러나 이 회담을 통해 미국의 쌍둥이적자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수입수요는 경제회복과 더불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경기가 회복 가도를 타고 있는 지금 경상적자가 뚜렷한 감소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운 데다가,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미국 행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여 재정적자를 보전할 가능성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럽이 내수를 진작해 미국을 대체할 만한 소비시장을 육성하는 방안도 여의치 않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마이너스에 가까운 금리를 나타내고 있는 일본, 인플레이션 압력이 우려되는 유럽이 이 같은 정책을 위해 추가적인 통화완화를 실시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 환율 "안정성" 촉구할 듯 양 통화권은 결국 미국의 쌍둥이적자에 따른 달러약세 추세를 기정사실로 전제한 뒤 현실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타협점을 모색해야 할 전망이다. 19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 대표들이 G7회담에서 외환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클라우스 리프셔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자 FT와의 회견에서 "환율의 과도한 움직임은 미국과 유럽, 아시아 모두의 이해에 결부된다"고 말해 "유연성"을 강조한 지난해 9월의 두바이회담과는 달리 이번에는 "안정성"이 논의의 초점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19일 미조구치 젬베이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필요한 경우 상호 협력하겠다는 G7의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혀 당국자들 사이에 환율의 변동성이 가장 큰 우려를 사고 있음을 부각시켰다. ◇G7 전후 환율 동향은 일본 등 아시아 당국이 G7회담이 임박한 시점에서는 자국통화 매도-달러 매입을 통한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 당국은 이달 중순까지 이미 월간 기록으로는 최대인 6조엔에 달하는 자금을 외환시장에 투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로권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엔에 대힌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는 데다가, 투기적 매수세가 G7회담을 앞두고 한결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견제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정부가 NDF(역외선물환) 거래 규제를 단행한 것 역시 G7회담에 대비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관측이 나와 있다. 유로권에서는 환율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금리 인하 및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는 구두개입을 빈번하게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G7회담의 결론이 달러 약세 둔화라는 즉효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G7회담 참가자들이 예상대로 "안정성"을 촉구한다고 해도 달러 약세의 근본 배경은 남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참가자들은 G7국가들이 외환시장 안정화에 협력한다는 데 동의할지를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합의가 결렬될 경우 달러가 급락(tumble)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BNP파리바의 코노 류타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회담에서 일본과 유럽이 협력을 통해 미국의 쌍둥이적자를 줄여 나간다는 데 합의한다고 해도, 이것이 시장에는 오히려 적자가 해소될 때까지는 달러를 매도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