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당분간 4%대 물가 불가피"…연간 전망 3.1%서 상향 시사(상보)
by이윤화 기자
2022.04.05 09:53:03
5일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 ''물가 상황 점검회의''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당분간 4%대 물가 전망
연간 물가도 상향 불가피, 기대인플레 관리 강조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4.1% 오르며 2011년 12월(4.2%)이후 10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내자, 한국은행이 올해 연간 전망치를 지난 2월 예상했던 3.1%를 크게 웃돌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5일 오전 8시 30분 본관 15층 대회의실에서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최근의 물가 상황과 향후 물가 흐름을 점검했다.
| 지난 2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 왼쪽부터 김민식 국제무역팀장, 이정익 물가동향팀장, 이환석 부총재보, 김웅 조사국장, 최창호 조사총괄팀장. (사진=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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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4%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물가 전망을 상향할 것을 시사했다.
이환석 부총재보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면서 “지난 2월 전망에 비해 향후 물가경로의 상방리스크가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추가적인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향후 물가에 미칠 유가 등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을 주문했다.
한은은 3월 소비자물가가 10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4%를 넘은 이유에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이라고 짚었다. 한은에 따르면 월중 평균 가격 기준으로 두바이유는 지난 1월 배럴당 83.1달러에서 3월 113.1달러로 큰 폭 뛰었다. 이에 따라 위발류와 경유 가격 역시 같은 기간 리터당 1600원대, 1400원대에서 3월 1938원, 1826원선으로 급등했다.
유가 급등 등 원자재 가격 인상과 수요회복에 따른 외식 물가,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도 각각 6.6%, 6.4%로 지난달 물가 급등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 한 번 오르면 잘 빠지지 않는 쪽으로 물가 상승 폭 확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석유류의 기여도가 1.32%포인트, 외식 물가가 0.83%포인트, 가공식품이 0.55%포인트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65.2%를 차지했다.
구매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석유류, 식료품, 외식 등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향후 1년 간 물가에 대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도 2.9%를 기록, 3% 가까이 올랐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광범위한 물가 압력에 2009년 6월(3.0%) 이후 가장 높은 2.9%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에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4%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한은이 전망한 올 연평균 국제유가 수준도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2월 전망치인 83달러에서 큰 폭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오는 5월~7월까지 3개월 연장하고, 인하 폭도 20%에서 30%대로 확대하기로 결정했으나 아직 영향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적 비축유 방출 계획을 밝히면서 5월부터 6개월간 1억8000만배럴을 풀겠다고 발표한 뒤 국제유가가 최근 다소 하락했지만, 원유시장의 수급불균형 우려가 상존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