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4명의 공군 항공촬영사… 적에겐 전율을, 국민에겐 믿음을
by김관용 기자
2019.03.17 17:35:57
전투기 타는 유일한 부사관
"극한 환경에서 카메라로 영공방위 임무"
| 권형(왼쪽부터)·편보현 상사·위인태 중사·전용태 상사가 전투기 앞에서 촬영장비를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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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공군 ‘항공촬영사’는 전투기를 탈 수 있는 유일한 부사관이다. 적(敵)에게는 우리 공군력의 위용을 과시하고, 국민들에겐 믿음직한 공군의 모습을 알리는 이들이다. 정훈공보병과 내 70여명의 촬영사 중 단 4명 뿐이다.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는 항공촬영 영상과 사진은 모두 이들 손에서 나온다. 카메라를 통한 영공방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편보현(부사후 168기)·권형(부사후 179기)·전용태(부사후 194기) 상사, 위인태(항과고 35기) 중사를 지난 15일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만났다.
항공촬영사는 역동적인 전투기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직접 카메라를 들고 후방석에 탑승한다. 차량 운전석 보다 비좁은 공간에서 묶인 몸을 비틀어가며 기동 장면을 촬영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몸무게의 최대 7~8배에 달하는 중력가속도(G-force)를 견디며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이 때문에 자격도 까다롭다. 촬영 숙련도 10년 이상 근무자 중 선발하는데, 항공생리훈련과 공중근무자 신체 검사를 정기적으로 통과해야 한다. 분기 1회 이상 비행을 해야 자격이 유지된다.
과거 우리 공군은 항공촬영 대부분을 외국 전문가에 의존했다. 수요가 그리 많치 않았고 공중근무 자격이 없는 촬영사들이 전투기에 탑승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산 초음속 항공기인 T-50을 개발하고 수출까지 하는데, 이를 촬영할 자체 인력이 없는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0년 정식으로 항공촬영사 보직이 생겨난 계기다.
| 공군 항공촬영사들이 수송기 뒷문에 걸터 앉아 뒤따르는 블랙이글스와 피스아이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편대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공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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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중 가장 선임인 편 상사의 첫 임무는 국산 경공격기 FA-50의 AIM-9 사이드 와인더 발사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었다. 빠른 속도로 발사되는 미사일의 찰나를 잡아내기란 초보 항공촬영사에겐 매우 어려운 일이다. 촬영에 실패해도 재촬영은 없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했다. 헤드셋을 통해 들려오는 수많은 교신음성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겨우 발사 명령을 찾아 듣고는 셔터를 눌렀다. 다행히 항공기 동체와 미사일 발사 순간을 한 컷에 담아낼 수 있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
편 상사의 가장 기억에 남는 임무는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타우러스’의 실사격 촬영이다. 400여km를 저고도로 유도탄과 편대비행하며 촬영하는 것이었다. 한반도 내에서 직선거리로 사격할 수 없는탓에 30분 동안 특정구역을 유도탄과 함께 빙글빙글 돌았다고 한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전속 항공촬영사인 권 상사는 “항공사진촬영의 80%는 지상에서의 준비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고속 기동하는 전투기에서 한 순간을 놓치면 다신 기회가 오지 않기 때문에 사전 준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훌륭한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선 조종사와의 호흡이 절대적이라고 했다. “편대가 크면 한 컷에 항공기 모두를 담기가 힘들다. 그림으로 그려 원하는 편대 모양을 조종사에게 그려주면 다시 이를 속도와 위치, 고도 등을 교신해 편대가 대형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최근 항공촬영은 순수 홍보 목적에서 작전 목적으로 변경되고 있다. 전 상사는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한창일 때 4일을 비상대기실에서 보냈다. 상황 발생시 비상 출격하는 전투기에 함께 탑승해 촬영 임무를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도발 징후가 계속돼 식사도 배달 도시락으로 때웠다고 한다. ‘슬램-ER’ 발사 등 우리 군의 응징력을 보여준 장면은 그의 카메라에서 나왔다. 이제 막 항공촬영사 임무를 시작한 위 중사는 선배들의 조언과 촬영한 결과물들을 보며 열심히 공부 중이다. 그는 “항공촬영사로서 조금 더 좋은 그림을 만들고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