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갑질, 자율개선+직권조사 '투트랙'으로 잡는다

by김상윤 기자
2018.05.24 09:30:39

공정위, 대리점 갑질 개선 대책
4대분야 '갑질 방지책' 마무리
여러 대리점 일률적 규제 어려워
표준계약서 보급해 자율규제 유도
하반기 의류업종 직권조사도 병행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점 ‘갑질’ 근절을 위해 표준계약서 보급을 통한 기업 자율 개선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가맹점과 달리 수많은 유통 형태를 갖춘 대리점 문제를 일률적인 규제로 재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위는 대리점 형태별로 직권조사도 병행하면서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4일 서울 중기중앙회에서 이같은 골자의 ‘대리점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 취임이후 ‘을의 눈물’을 닦기 위해 마련한 ‘4대분야(가맹·유통·하도급·대리점) 갑질’ 개선 대책의 마무리다.

공정위는 대리점 법 개정을 통해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업종별 모범거래기준(Best Practice)을 반영한 표준대리점계약서 보급 방식을 택했다. 앞서 가맹·유통·하도급 대책의 경우 대책의 태반이 법 개정과 관련돼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는 대리점 거래의 특수성 때문이다. 본사와 전속계약을 맺는 가맹점과 달리 대리점은 비전속 거래(74.2%)가 훨씬 많고, 영업지역 역시 설정되지 않은 경우(59.4%)가 더 많다. 업종별로도 불공정행위 유형이나 발생정도도 가지각색이다. 전속거래 형태의 대리점이 많은 자동차, 의류업종의 경우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갑질이 많다.

반면 화장품 등 로드샵 형태의 대리점은 인테리어 ‘갑질’, 우유 등 유통기간이 짧은 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은 ‘물량 밀어내기 갑질’ 등이 발생한다. 다양한 거래 형태가 있는데, 일률적인 경직된 규제를 강화하면 실효성이 없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에 공정위는 모범거래기준을 정해 표준대리점 계약서를 만든 뒤, 대리점 본사에 보급해 자율적으로 거래관행을 개선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표준대리점 계약서는 권고사항으로 구속력은 없다. 다만 표준계약서를 보급하면서 대리점본사와 대리점간 공정한 계약을 유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현재 의류, 식음료 업종만 표준대리점 계약서가 보급돼 있다.

특히 공정위는 대리점에 안정적 거래를 보장하기 위해 표준대리점계약서에 최소 3년 이상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설정할 방침이다. 가맹점의 경우 법으로 계약 기간을 명시하고 있지만, 대리점은 일률적으로 법률로 강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공정위는 기존 법으로도 대리점 갑질에 대해서는 엄중 제재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중에는 의류 업종을 대상으로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법 위반이 발견되면 직권조사를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그간 대리점갑질은 신고에만 의존하다보니 법 억지력이 약했다는 비판을 수용해서다. 직권조사의 경우 업종별로 대대적인 공정위의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로 공정위는 민사적 피해구제 수단을 강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피해대리점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불공정행위를 중지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대리점법에 도입할 계획이다. 또 구입강제, 경제상 이익강요행위에 적용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범위도 확대한다. 악의성이 명백한 본사의 ‘보복 조치’ 행위에 대해서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피해대리점이 손해배상소송에서 손해 입증에 필요한 자료 확보가 쉽도록, 법원의 자료제출명령권도 대리점법에 신설할 계획이다. 손해액 입증 등과 관련된 증거는 사업자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더라도 법원이 열람제한을 조건으로 제출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권리다. 자료제출을 불응할 경우 피해대리점이 주장하는 사실을 그대로 인정할 수 있어 피해자에게는 상당한 유리한 제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