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내 최대 SK케미칼 안동 백신공장..2020년 3조 목표
by천승현 기자
2014.08.26 10:57:20
세계 두번째 세포배양 백신 공장..2000억원 투입
"질병 대유행 발병하면 신속하게 모든 백신 생산"
[안동=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경상북도 안동시 하회마을에서 구불진 도로를 따라 10㎞ 가량 가다 보면 산자락 끝에 대형 구조물이 눈에 띈다. 입구에 ‘L하우스’라는 간판을 단 이 건물은 SK케미칼(006120)이 2000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 세계 세 번째로 준공한 세포배양 백신 공장이다.
지난 25일 처음 공개된 L하우스의 외형은 다른 의약품 공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공장 내부는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한 미로처럼 촘촘히 얽혀 있었다. 총 1200여개의 방으로 구성된 이 공장은 세포배양부터 백신제조까지 최첨단 장비들이 당장이라도 가동을 시작할 것 같은 위용을 뽐냈다. SK케미칼은
| 사진 왼쪽부터 이인석 SK케미칼 사장,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이홍균 공장장이 안동백신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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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건축을 제외한 제조시설 구축에만 700억원 가량을 썼다.
세포배양 백신은 동물 세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한 후 백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기술이다. 이인석 SK케미칼 사장은 “개와 같은 포유류의 세포에 바이러스나 세균을 넣어 배양과정을 거쳐 증식하고, 무균공정을 통해 백신을 만드는 첨단기술이다”고 설명했다.
세포배양 백신은 생산기간이 짧고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위기상황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특정 세균이나 바이러스만 확보되면 세포배양을 통해 다양한 백신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박만훈 SK케미칼 라이프사이언스 연구소장은 “세포배양, 세균배양, DNA재조합 등 백신을 제조할 수 있는 기반기술 및 생산시설을 확충, 새롭게 유행하는 전염병에 대한 신규 백신도 신속하게 개발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L하우스는 SK케미칼 제약사업의 미래성장동력이다.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우수제품을 생산공급하면서 우리 삶과 건강에 없어서는 안될 빛(Light)과 소금(Salt)의 역할을 하자는 취지로 공장 이름을 L하우스로 지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케미칼의 또 다른 생산기지 청주공장의 이름은 ‘S하우스’다.
SK케미칼은 현재 세포배양 방식으로 만든 독감백신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3종류의 독감바이러스 면역력을 얻을 수 있는 3가 백신을 내놓고, 내년에는 4가 백신으로 국내외 독감백신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직 국내에 허가받은 4가백신은 없다.
총 2000억원이 투입된 L하우스는 연간 1억 5000만도즈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제조시설이 구축됐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시작됐을 때 3개월내 1500만도즈 생산이 가능하고 6개월내 3000만도즈를 생산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국내 수요 2100만도즈보다 많은 백신을 6개월내에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SK케미칼의 궁극적인 목표는 독감백신 등 필수예방백신 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백신 시장 공략이다.
이 회사는 현재 폐렴구균, 대상포진 및 수두, 자궁경부암 등 3개의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SK케미칼은 지난 3월 세계 백신시장 1위 기업인 사노피 파스퇴르와 차세대 폐렴구균백신을 공동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백신개발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박만훈 소장은 “전량수입에 의존하는 백신을 자급화하면 연간 200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와 약 1000억원의 사회적 면역비용 절감 가능하다”면서 “2020년까지 20개 이상 백신을 개발하고 3조원 이상의 매출로 백신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