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자금 마련도 `빈익빈부익부`

by박성호 기자
2008.09.10 13:24:46

상반기 채권, PF대출 등 대형건설업체에 집중

[이데일리 박성호기자] 건설업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PF 대출, 채권 발행 등이 손쉬운 반면 중소건설사들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10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건설업체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실적은 작년 동기대비 4000억원 가량 늘어난 5조964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신용등급 A급 이상인 대형업체들이 발행한 PF ABS 금액 총액이 3조7384억원, 전체 PF ABS 발행 금액의 63%를 차지할 정도로 이들 업체에 유동성이 집중됐다. 반면 BBB급 이하의 건설사의 경우 신용위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발행금액이 2조2265억원으로 작년 하반기 대비 9014억원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은 채권 발행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증권예탁원의 올해 건설업체 `무보증사채` 발행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까지 건설업체들이 발행한 회사채 총액은 3조634억원으로 작년 동기 1조4550억보다 무려 1조6084억원이 늘었다.

이중 신용등급 A급 이상인 대형건설업체의 사채 발행액 증가 규모는 1조5307억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렇듯 대형건설업체에 유동성이 집중되는 것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은 BBB급 이하의 건설업체 경우 미분양 물량 증가에 따른 신용위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이들 업체의 유동성 조달 시장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체들이 사채 발행을 하려면 일반 기업보다 이자를 1%포인트 이상 더 부르는 경우가 많다"며 "고금리로 사채를 발행할 경우 시장에서 즉시 `위기설` 등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업다각화가 이뤄진 대형건설업체들의 경우에는 중소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조달이 쉬운 상황이다. 활발한 해외건설 사업 등으로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금융권 자금이 이들 업체에게 집중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한 건도 없었던 대형건설업체들의 외화표시 채권은 올들어 이미 5차례나 발행됐다. 대부분 해외건설 사업 추진을 위한 운영자금 조달 명목이었다.

롯데건설은 지난 5월 중국 심양복합테마건설 프로젝트 SPC 유상증자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612억원 가량의 외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GS건설(006360)도 해외플랜트 프로젝트 기자재 대금 결재 목적으로 2935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으며 포스코건설 역시 지난 3월 2554억원 규모의 외화표시 채권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2006년 이후 펀드, 주식시장에 시중 유동성이 집중돼 금융권 역시 자금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금융권 자금이 대형업체들에게만 집중되자 중소건설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중소업체들은 유동성 해결을 위한 정부와 금융권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택전문건설업체인 A건설사 재무팀 관계자는 "무엇보다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한 정부 대책 마련이 우선되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시공사의 신용등급에 따라 PF 대출을 받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평가해 PF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로 금융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