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에 꽂힌 전자업계, '탄소·유해물질 저감' 제품·기술 선보여
by최영지 기자
2022.12.14 10:53:07
반도체 생산부터 폐기 등 전 과정서 유해물질 최소화
디스플레이·패키지기판서 저전력·탄소저감 실현
SGS·UL·카본 트러스트 등 친환경 인증 획득 행보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TV와 자동차 등 세트사들의 탑재 부품에 대한 친환경 인증 요구가 늘어나며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자부품사들이 이에 부응하는 제품 및 기술 개발·제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데다 오는 2023년 1월에 진행하는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인 ‘CES 2023’의 주제 중 하나로 친환경이 꼽히는 만큼 기업들이 유해물질 및 에너지 저감 기술·제품 개발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LG디스플레이 구미 사업장에서 SGS 에코 프로덕트(Eco Product) 인증서 수여식이 진행된 모습 (사진=LG디스플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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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업계에서는 탄소 및 유해물질 저감을 공식 인정받기 위한 인증 획득에 한창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 생산에서부터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소비전력뿐 아니라 유해물질 사용을 최소화하는 제품 및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최종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점차 선호하는 추세에 따라 부품 수주단계에서부터 친환경 인증을 요구받고 있다”고 했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지난 8일 업계 최초로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대해 친환경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글로벌 검사·인증 기관인 SGS(Societe Generale de Surveillance)는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P-OLED(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 및 프리미엄 LTPS(저온폴리실리콘) LCD 패널에 대해 ‘에코 프로덕트(Eco Product)’ 인증을 부여했다.
P-OLED의 경우 유리 대신 탄성이 있는 플라스틱을 기판으로 사용해 가볍고 뛰어난 화질을 유지하면서도 구부릴 수 있다. 유기물 소자 발광 효율 개선을 통해 기존 제품 대비 소비전력을 약 39% 줄였고 업계 최저 수준의 소비전력과 무게로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켰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기차에 적용될 경우 주행거리 증가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로도 평가받는다.
아토피 등 새집증후군 유발물질로 알려진 총휘발성유기화합물(Total VOC)의 방출량이 SGS의 친환경 인증 기준치를 충족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SK하이닉스(000660)도 같은 기관인 SGS로부터 ‘국제 유해물질 경영시스템 규격(IECQ QC 080000)’ 인증서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환경안전 인증 기관인 UL로부터 폐기물 매립 제로 플래티넘 인증을 획득했다. 폐기물 재활용율이 99.5% 이상이라는 뜻으로, 2025년 모든 글로벌 사업장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친환경 기술이 경쟁력이 되면서 시장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 삼성전기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환경발자국 인증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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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009150)는 지난해 영국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반도체 패키지기판에 대해 업계 최초로 탄소 발자국과 물 발자국 인증을 동시 획득했다. MLCC와 기판의 원·부자재 가공부터 제품 제조까지 모든 과정에서 탄소 및 물 배출량을 줄였다는 것이다. 카본 트러스트는 영국 정부가 기후 변화 대응과 탄소 감축을 위해 설립한 비영리기관으로 전 세계 기업,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탄소·물·폐기물 등의 ‘환경발자국 인증’ 사업을 한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반도체 업계 최초로 물 발자국 인증을 취득했다. 카본 트러스트의 물 발자국 인증은 3년간의 용수사용량을 평가하기 때문에 물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 사업장에서는 받기 어려운 인증으로 손꼽힌다.
연료 절감을 위해 핵심 소재 개발에도 한창이다. LG이노텍은 선박 등 산업용 발전을 위한 열전 시스템에 적용되는 핵심소재인 ‘나노 다결정 열전 소재’ 원천기술을 개발했고, 우리나라 정부가 공인하는 녹색기술인증을 획득했다. 해당 소재가 적용된 열전 시스템을 선박에 탑재할 경우 1척당 연간 892t의 연료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에서도 E(환경)에 주력하는 추세”라며 “오는 CES 2023에서 기업들이 고객사와 최종소비자를 상대로 친환경 기술을 선보이는 식의 기술경쟁이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