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끝없는 대결, 재앙만 초래”…키신저, 바이든에 경고

by김윤지 기자
2022.07.20 10:27:51

지정학 위기 해법으로 ‘닉슨식 유연성’ 제시
“중국 이해 부족, 미 논리 강요”
“유럽 지도자, 방향 감각 잃어” 일침도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의 전설적 외교관으로 통하는 헨리 키신저(99) 전 미 국무장관이 지정학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닉슨식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사진=AFP)
키신저는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이나 여타 국가의 패권 장악을 저지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 등이 중국을 ‘미국의 관점’으로 보고 있다”면서 “미국이 중국과 끝없는 대결을 한다고 해서 중국의 부상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미국의 논리만 강요하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닉슨은 1960년대 열렬한 반공산주의자였으나, 1972년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키신저는 당시 미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으로 이들의 만남을 조율했고, 양국 정상은 끝내 ‘공동의 적’인 소련을 물리치는데 힘을 쏟겠다며 머리를 맞댔다. 이는 1979년 미국과 중국의 수교로 이어졌다.

키신저는 독일의 초대 수상이었던 콘라드 아데나우어, 프랑스의 샤를 드골 전 대통령 등을 언급하면서, 오늘날 유럽 지도자에게선 방향 감각과 사명감을 찾아볼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회담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크림 반도의 미래에 대한 논의는 협상을 위해 남겨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갈등이 일시 중단되기 전까지 이 문제를 결정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에 대해 “영국이 유럽 공동체의 완전한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드골의 견해가 옳았다”고 말했다.

키신저는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가 미국 대통령을 했다면 가장 잘했을 것이며, 기후변화라는 장기적 도전도 잘 대처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에 적합한 지도자로 드골을 꼽았다. 이어 닉슨을 언급하며 “매우 훌륭한 외교 정책 대통령이었다. 자국에서 스스로 무너졌다”고 말했다. 닉슨은 1970년대 미국 최대의 정치 스캔들인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