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강민구 기자
2020.05.05 16:26:32
빛 굴절 이용해 대상물체 안 보이게 만들어
국내외 연구 활발...실험실 수준서는 가능
대면적화 관건...응용 기술 국방, 항공·우주 등 접목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영화 해리포터 속 주인공 해리는 마법학교 호그와트에서 투명망토를 활용해 위기를 넘기고, 친구들과 비밀 단서를 푼다. 영화 ’할로우맨’이나 ‘인비저블맨’에서는 투명인간이 등장해 주인공을 위협하기도 한다. 투명기술은 만화영화나 SF 영화속에 종종 등장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러한 투명기술이 영화에서 벗어나 현실화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투명 인간 구현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투명망토는 실험실 수준에서 검증을 마쳐 제작은 가능하다고 봤다.
바로 빛 굴절률을 자유롭게 조절할 있는 소재인 메타물질이 있기 때문이다. 메타물질은 자연에 존재하는 원자를 모사한 인공구조물로, 기존 물질이 제공하지 못하는 특이한 물리적 성질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 메타물질은 국방과 항공·우주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돼 고해상도 이미징, 투명망토 스텔스, 무반사 태양전지 등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빛은 어떠한 물질에 부딪히면 ‘반사’, ‘굴절’, ‘흡수’ 된다. 물체가 가시광선을 흡수함에 따라 물체의 색깔이 결정된다. 물질이 흡수한 가시광선 색깔에 따라 반사된 빛으로 색깔을 구분할 수 있다. 모든 빛을 반사하면 검게 보이고, 빛을 투과시키면 투명해진다.
투명망토를 만들기 위해선 빛이 반사되지 않거나 물체의 뒤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메타물질은 빛을 산란시켜 우리가 가시광선을 통해 대상 물체를 보지 못하게 한다.
메타물질은 빛의 굴절률을 조절하면서 굴절률의 분포에 따라 물질을 숨길 수 있다. 빛을 흘려보내도 굴절된 빛과 기존 빛과의 시간 차이로 투명한 모습이 일그러지지 않도록 해야하고, 주변 물질의 굴절률과 같도록 해 빛이 휘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투과되도록 해야 한다.
메타물질은 우리가 보는 가시광선만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투명망토에 적용하면 전자파나 음파 파동 제어도 할 수 있다.
투명망토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미국 듀크대 연구진이 투명망토 관련 기술을 선보인데 이어 2015년 버클리대 연구진이 80나노미터 두께 투명망토를 개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서울대, 포항공과대학교 등에서 관련 연구를 수행중이다. 박남규 서울대 교수팀은 홍콩과기대 교수팀과 함께 음향 파동 물성을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는 가상화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노준석 포항공과대학교 교수팀은 단일 메타홀로그램 광학 소자에서 빛의 입사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홀로그램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다기능성 메타홀로그램 소자를 개발하는 등 관련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메타물질을 활용한 투명망토 기술은 이론적·실험실 수준에서는 제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노미터 수준에서 하나씩 물질을 제어해 설계하고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크게 만드려면 비용도 많이 소모되고, 만들기도 어려워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제작 가능성은 확인된만큼 최근에는 기술을 산업 현장의 요소기술로 활용해 소리의 반사, 파동 현상을 광대역으로 제어해 스텔스 기능과 방음·흡음을 강화하기 위한 물질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한 전문가는 “나노 수준의 메타물질로 넓은 면적의 투명 물질로 만들려면 시간, 비용 측면에서 한계점이 존재한다”면서 “제작비용이 높고 비효율적 요소가 많아 산업 요소기술로 활용도를 넓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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