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컨테이너 141년 만에 최대..한진해운 사태 풀렸다"
by최훈길 기자
2017.12.10 16:42:17
[인터뷰①]우예종 부산항만공사 사장
부산항, 올해 '지구 3바퀴' 물동량 달성
한진해운·사드보복·독개미 악재 풀려
"부산항 2만명 근로자, 한국경제 애국자"
| 부산항 감만터미널 모습. 세계 6위 규모의 항만(컨테이너 물동량 기준)인 부산항은 야간, 휴일 없이 가동돼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사진=부산항만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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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2017년은 부산항이 주저 앉을지, 메가포트(대형 항만)로 성장할지 중대기로에 섰던 한 해입니다. 40년 역사의 한진해운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항만업계가 큰 타격을 입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두들 힘을 냈습니다. 백방으로 뛰었습니다. 그 결과 올해 부산항의 물동량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습니다.”
우예종(사진·58)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지금은 물량 측면에선 한진해운 파장 대부분이 해소됐다”며 참았던 미소를 내보였다. 공사는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2000만TEU를 돌파하는 오는 22일 기념식을 연다. 이는 컨테이너 2000만개를 일렬로 세웠을 때 12만km 길이로 지구 둘레 세 바퀴 거리나 되는 규모다. 1876년 부산항 개항 이후 141년 만에 사상 최대 물동량이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지난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우 사장을 만났다.
1년 전만 해도 이 같은 성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9월1일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은 뒤 올해 2월17일 파산 선고를 받았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은 1946만TEU로 2009년 이후 7년 만에 감소했다. 우 사장은 “많게는 부산항 연간 물동량의 10%를 차지하던 한진해운이 사라진 것이어서 굉장히 우려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 우예종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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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정부와 공사, 업계는 백방으로 뛰었다.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는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수립, 선박 건조 등에 6조5000억원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부산항만공사는 해외 주요선사에 직원들을 급파, 부산항만 세일즈에 나섰다. 주말에 쉬는 일본 항만과 달리 부산항은 365일 24시간 가동돼 환적 물량을 처리했다. 협력사까지 포함해 부산항에 근무하는 4900개(인허가 등록 기준) 업체, 2만명이 주말도 반납하고 근무를 했다. 그 결과 올해 4월을 지나면서 물동량이 회복세를 보였다. 물동량이 풀리기 시작하자 다른 악재들이 등장했다. 사드보복, 해운 동맹(얼라이언스·전략적해운제휴그룹) 개편, 외래 붉은불개미(독개미) 등 이른바 3대 악재다.
중국이 3월15일 한국여행금지 지침을 발효하면서 부산항 등에 입항하는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이 급감했다. 지난 4월 글로벌 해운 4대 얼라이언스가 3대 얼라이언스(2M, 오션, THE)로 재편됐다. 이 동맹에 가입 못한 선사는 선주들로부터 외면받게 돼 ‘제2 한진해운’ 사태가 우려됐다. 추석 직전인 지난 9월엔 부산항 감만터미널에서 독개미가 발견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현재 악재 상당수가 해결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난 뒤 부산항에 중국발(發) 크루즈 선박 입항이 20항차 늘었다. 우 사장은 “일본, 대만으로 올해만 108항차 17만명을 유치해 시장을 다변화했다”고 강조했다. 현대상선은 2M 얼라이언스에 소속돼 부산항 등에서 운항을 개시했다. 공사는 독개미 관련 24시간 비상대책반을 운영했다. 우 사장은 “작년엔 한진해운, 올해는 불개미 사태로 직원들이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근무했다”며 “철저한 방역과 예찰 지원 결과 더이상 부산항에 불개미는 없다”고 단언했다.
| 지난해 한진해운 파산으로 2009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부산항에서 처리하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감소했다. 단위는 만TEU다. 1TEU(Twenty-foot Equivalent Unit)는 약 6m 길이의 컨테이너 박스 1개를 뜻한다. 2000만TEU는 컨테이너 2000만개를 일렬로 배치했을 때 12만km 길이로 지구 둘레 세 바퀴 거리다. [출처=부산항만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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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우 사장과 직원들은 올해는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계획이다. 부산항시설관리센터의 비정규직 149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등 자회사 2곳 모두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 김영춘 해수부 장관 등과 함께 러시아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우 사장은 내년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수산물류센터 건립 등 수산·물류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에선 마더포트(어머니의 항구)라고 부를 정도로 부산항은 상징성이 큰 곳입니다. 항만공사 사장을 맡고 있는 것에 가슴이 벅찹니다. 내년에는 부산의 고졸 인재를 채용하고 지역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데 힘을 더 쏟으려고 합니다. 부산항에서 일하는 2만명 근로자들이 한국경제를 이끄는 애국자라고 생각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