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낀 취임 30주년, 환갑..`잔칫날 없는 김승연`

by한규란 기자
2012.02.06 11:40:56

취임 30주년, 동반성장 등 사회적 움직임 의식해 `조촐히`
환갑 전날에도 검찰 구형 받아.."기념일 행사 없어"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지난해 8월1일은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이 취임한 지 꼭 30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룹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장본인의 잔칫날인 만큼 떠들썩할 법도 했다. 그러나 그날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성대한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심지어 보도자료조차도 배포되지 않았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회장께서 상생 등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취임을 기념하는 떠들썩한 잔치를 벌이는 것에 대해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룹 창립 60주년인 내년을 기약하기로 했다"는 것이 당시 한화 측의 공식 입장이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화가 `대기업 때리기` 움직임을 의식한 탓이라고 판단했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등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열기에는 눈치가 보였다는 해석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김 회장의 잔칫날이 돌아왔다. 지난 3일 만 60세 생일인 환갑을 맞이한 것. 
 
김 회장은 용띠다. 임진년 흑룡의 해, 기운찬 용의 기운을 받아 더욱 축하받아야 할 한 해이지만 이번에도 김 회장의 기념일은 쥐도 새도 모르게 지나갔다.
 
환갑 전날 검찰 구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2일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회장에 대해 징역 9년,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김 회장은 환갑날 외부인들은 전혀 초청하지 않고 가족들과 조촐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특별한 행사없이 지나갔다"며 "재판 중이어서 따로 알리고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날 저녁에는 한국거래소가 한화 주식에 대한 매매거래를 6일부터 정지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 등의 횡령 및 배임 사실을 공시한 한화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한화 입장에서는 불행 중 다행으로 거래소가 지난 5일 한화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악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기존 코스닥업체들의 상장폐지 사례 등에 비춰 `대기업 특혜` 논란이 일면서 한화는 또다시 고비를 맞았다.
 
한편 김 회장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23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