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상장공모 신고서 관행 깬 이유는

by신성우 기자
2010.02.16 14:27:15

희망가 9000~1만1천원 제시속 신고서 기재방식 이채
중간값 1만원 기준으로 표시…통상 최저가격이 관례

[이데일리 신성우 기자] 대한생명이 2조원대 상장공모에 착수한 가운데 기존 업계의 관행을 깬 증권신고서 작성 방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통상 공모희망가액 범위(밴드) 최저가를 기준으로 공모예정금액을 표시하는 것과 달리 밴드 중간값을 택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한화(000880)그룹 계열 대한생명은 다음달 17일 증시 상장을 목표로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 본격적인 일반공모 작업에 착수했다.

밴드 가격은 9000~1만1000원(액면가 5000원)이 제시됐고, 밴드 안에서 공모가격이 결정되면 공모금액은 1조8900억~2조3100억원에 이른다.

이채로운 것은 신고서에 공모예정금액이 밴드 중간값인 1만원을 기준으로 2조1000억원으로 표시돼 있다는 점이다.

대표주관회사로서 신고서 작성을 총괄한 대우증권 관계자는 "최종 공모가가 확정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밴드가격은 의미가 없어 신고서상에 중간값을 기준으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는 관행에서 벗어난 것이다. IPO 기업들은 상장공모를 위해 처음 신고서를 제출할 때 일반적으로 하단값을 기준으로 한다.

대한생명의 작성방식은 인수단 관계자 조차 "밴드 중간값으로 표시한 것은 신고서를 잘못 기재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극히 이례적인 것이다.



현행 금감원 공시서식 규정에는 상장공모를 위해 최초 신고서를 제출할 때 특정 가격을 기준으로 기재하라는 규정은 없다.

최종공모가는 향후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확정되는 만큼 밴드가격은 말그대로 `희망가격`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 밴드 하단값을 기준으로 해왔던 것은 기업가치를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향후 공모가격이 이 정도는 나와야 한다고 발행사나 대표주관회사가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등을 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관행을 깬 대한생명의 전례없는 밴드 중간값 선택은 투자자들에게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1만원보다 9000원은 자리수가 줄어드는 만큼 상대적으로 `싼 티`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공모가 1000원 차이에 따라 각각 1조8900억원과 2조1000억원으로 공모예정금액상의 `조단위`가 달라지는 점도 고려대상이 됐을 것이다.

내달 3, 4일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최종 결정될 대한생명의 공모가격이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또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증권사 IPO 관계자는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밴드 하단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되레 투자자들에게 오류가 난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중간값 선택은 그만큼 파격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