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원 받지만 웃지 못하는 아시아나..'구조조정 가능성'에 한숨

by이승현 기자
2020.09.13 16:21:40

채권단, 현산에 계약해지 통보..아시아나 "채권단과 협력"
기안기금 투입으로 한숨돌린 아시아나, 운영자금 확보
구조조정 가능성에 "마른수건 짜듯 비용줄여 이익 달성"
다른 자산 없어..자구안 위해 계열사 1~2곳 매각할 듯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항공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294870)에 대해 아시아나항공(020560) M&A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지난해 4월부터 진행된 아시아나 M&A가 최종 결렬됐다. 새로운 주인 찾기에 실패한 아시아나항공은 심경이 복잡하다. 당장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업계에서 흘러나오는 구조조정 가능성으로 인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M&A 무산에 따라 채권단과 함께 경영정상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창수 사장은 지난 11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3월 이후 전사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무급·유급 휴직에 동참하며 회사의 위기극복 과정을 함께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M&A 무산 소식을 전하게 돼 안타깝다”며 “계약해지에 따른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경영 안정화를 위해 채권단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항공기 운영과 영업환경 유지를 위해 주요 거래처들에게 필요한 제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추진하는 플랜B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동안 아시아나 내부에서는 현산이 거래종결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시간끌기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이 있었다. 현산의 시간끌기로 인해 외부 자금 수혈, 특히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산업은행은 M&A가 끝내야 기안기금을 투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제 M&A 무산으로 인해 오히려 아시아나는 기안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산은 측은 M&A 계약 해지와 함께 아시아나에 2조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아시아나는 당장의 숨통은 트일 수 있게 됐다. 기간기금이 투입되면 올 한해를 넘길 수 있는 운영자금은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간 아시아나는 자금난으로 인해 순환 휴직을 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회사가 부담해야 할 급여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속내는 복잡하다. 회사가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안기금을 지원받은 기업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고용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어 당분간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기간이 끝난 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조직을 줄이기 위한 시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그 시점을 내년 상반기 정도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 측은 지난 2015년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후 5년간 꾸준히 구조조정을 펼쳐와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발표한 경영정상화 방안에는 △노선 구조조정 △조직슬림화 △항공기 업그레이드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후 아시아나는 국내외 지점 43개를 폐지 또는 통합했고, 비수익노선 운항 중단에 따른 19개 조직 폐지 등을 추진했다.

인력구성면에서도 경쟁사인 대한항공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직원수 1만9063명, 평균연봉 8083만원인 것과 비교해 아시아나는 직원수 9155명, 평균연봉 6500만원으로 열악한 수준이다. 하지만 매출액 대비 1인당 생산성을 보면 아시아나가 6억4713만원으로, 대한항공 6억4479만원에 비해 소폭이지만 오히려 높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지난 5년간 꾸준히 경영정상화 방안을 실행해 왔고, 올 2분기만 해도 마른수건 짜는 심정으로 비용을 줄여 코로나19 상황에서도 115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며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가능성을 일축했다.

아시아나가 이처럼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민감한 것은 자산 매각 등 다른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길이 별로 없어서다. 산업은행은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만큼 자구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에 아시아나 역시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나마 거론되는 것이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 IDT, 아시아나에어포트를 매각하는 방안이다. 이중 에어부산의 매각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나오는 얘기는 없지만 계열사 중 1~2곳은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고, 특히 에어부산은 공정거래법 문제 등으로 이미 매각이 거론된 만큼 실제 매각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