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개 타는데도 냄새 못 맡아…후각장애 증가세

by이순용 기자
2018.04.05 09:41:37

최근 5년간 40% 늘어나, 환경오염·인구 고령화 주원인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냄새를 잘 맡지 못하거나 아예 맡지 못하는 상태를 ‘후각 장애’라고 한다. 비염, 축농증과 같은 코질환, 오래된 감기, 머리 손상으로 후각세포나 신경이 손상되는 것이 주원인이다.

최근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오염이 갈수록 심화되고, 인구의 고령화, 교통사고 증가 등의 이유로 환자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최근 5년간 40%나 증가했다. 후각세포는 재생능력을 가진 유일한 신경세포로, 빨리 발견하면 기능의 완전 회복도 가능하지만 방치할 경우 후각 완전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주부인 이모 씨(36)는 최근 감기에 걸린 후 다른 증상은 다 회복됐는데, 유독 냄새를 잘 맡지 못해 병원을 찾았다. 평소 축농증을 앓고 있던 터라 그 영향이라 생각했는데, 최근 냄새도 잘 맡지 못하고 음식 맛도 평소처럼 느낄 수 없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찌개가 다 탔는데도 냄새를 못 맡아 몹시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 후각 장애 5년간 40% 증가

후각 장애는 냄새를 잘 맡지 못하거나, 또는 전혀 맡지 못하게 된 상태를 말한다. 냄새를 실제와 다르게 느끼는 이상후각, 냄새의 정도가 약하면 느끼지 못하는 후각저하,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하는 후각소실로 나뉜다. 후각장애 환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후각 및 미각 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2013년 2만6,083명에서 2017년 3만 6,603명으로 5년간 40%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증상이 있어도 진료를 받지 않는 환자 및 후각 장애를 자각하지 못하는 환자를 고려할 때, 실제 국내 유병률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단면조사에서는 후각장애를 호소한 인구는 10%인 반면, 후각검사 시 이보다 많은 14%에서 후각 장애가 있음이 밝혀졌다.

최인화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안이비인후클리닉 교수는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오염이 갈수록 비염환자가 늘어나고, 인구의 고령화, 교통사고 등 상해 사고의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치료 빠를 수록 회복 가능성 높아

후각세포는 재생능력을 가진 유일한 신경세포다. 후각신경 손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조기 치료를 통해 그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후각 장애는 원인에 따라 치료와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에 우선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흔한 원인은 1) 비염, 축농증, 코의 물혹과 같은 코질환, 2) 감기 후 후유증 3) 머리손상이다.



1) 비염과 축농증은 후각장애의 원인 중 약 40%를 차지하는 흔한 질환이다. 만성화되어 점막의 염증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후각세포 손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일찍 치료를 시작할수록 후각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2) 감기로 인한 후각장애도 흔하다. 감기로 인한 코막힘은 공기에 떠다니는 냄새인자가 코의 천장에 있는 후각신경에 도달하지 못하게 한다. 대부분은 일시적이고 코막힘이 호전되면 다시 회복된다. 하지만 후각세포 손상이 오랜 시간 지속되는 경우는 후각 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감기로 인한 후각 장애는 바이러스에 의한 후각신경세포 손상이 주된 원인으로, 치료를 통해 손상된 후각 세포의 재생과 후각기능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3) 마지막 교통사고나 낙상에 의해 머리를 다친 후 발생한 후각 장애가 있다. 후각 신경의 손상 정도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는데,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손상 정도가 심하면 자연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한다. 이외에도 정신적 충격, 노화나 치매, 당뇨병 등 내분비대상 이상, 신경퇴행성 질환에서도 올 수 있으므로 방치하지 말고 조기에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 삶의 질 저하와 함께 위험 환경 인지 저하도 문제

후각 장애는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단순히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도 불편하지만, 음식을 맛있게 먹기도 힘들다. 음식의 풍미란 단순히 혀로 느끼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의 범주를 넘어서 냄새, 질감, 온도 등이 조합될 때 비로소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후각 장애가 지속되면 이러한 음식의 풍미를 누릴 수 없게 되고, 음식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울증에 빠지거나, 음식 섭취의 부족으로 영양결핍 또는 체중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

후각 장애의 또 다른 문제는 위험상황 인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상한음식, 연기, 가스 등의 냄새를 맡지 못해 위험상황에 대한 판단을 더디게 한다. 미국에서 70세 이상 인구 중 20~31%가 타는 냄새와 가스가 새는 냄새를 인지하지 못했으며, 후각장애가 더 높은 사망률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발표되기도 했다. 특히 후각장애는 직업선택에도 영향을 많이 끼치게 된다. 조리사 등 음식 관련 업종 종사자, 소믈리에, 여러 가지 향료를 다루는 퍼퓨머(perfumer), 화재 시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여야하는 소방관 등에게 후각은 단순한 ‘냄새 맡기’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약과 침치료로 회복 가능성 높여

한의학에서 후각은 심, 폐의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심(心)은 인지기능을 의미하고, 폐(肺)는 인체 표면의 방어 기능을 의미한다. 최인화 교수는 “비염, 부비동염, 코의 물혹, 감기 등과 같은 명확한 원인질환이 있다면 한약복약과 침치료, 향기치료 등을 통해 질환을 치료한다”면서 “이로써 비강 내 점막 기능을 강화해 후각기능을 회복시켜준다”고 말했다.

코에서 악취를 느끼는 후각이상의 경우 위축성 비염 등의 원인질환을 찾아 치료하고, 증상에 따라 곽향, 석창포 등 약재를 가미한 한약을 사용해 증상을 다스린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후각 장애의 경우에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심, 폐의 기능 회복을 도와주는 한약을 복용하게 된다. 이때 인삼양영탕, 도적산 등이 활용되고 약물로는 백복신, 원지, 산조인, 석창포 등이 더해진다.

이 외에도 코 주위 혈의 침 치료를 통해 후각 기능 회복을 돕는다. 실제 코 주위 침 치료가 후각기능의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사례보고도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후각 재활을 위해 레몬, 정향, 식초 등 다양한 생활 속의 향기들을 활용해 후각을 자극해 주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