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列傳]"삼성 밟고 글로벌 기업으로" 훙하이의 거친 승부수

by김대웅 기자
2016.12.18 15:41:46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세계최대 전자제품 전문위탁생산(EMS) 업체인 폭스콘(Foxconn)을 보유한 대만 훙하이(鴻海)그룹이 심상치 않은 행보를 이어가며 한국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4일 훙하이는 자회사인 일본 샤프가 내년부터 삼성전자에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공급을 중단한다고 전격 통보했다. 샤프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삼성전자는 대책 마련을 위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이는 올 초부터 사업 확장을 위한 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훙하이 사업 전략의 일환인 동시에 궈타이밍(郭台銘·66) 훙하이그룹 회장의 반한(反韓) 감정, 특히 삼성에 대한 경쟁심의 발로이기도 하다. 궈 회장은 과거 수차례 한국인을 비하하는 발언과 삼성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만 대선 출마를 꿈꾸는 궈 회장이 표심 잡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훙하이는 지난 4월 샤프를 전격 인수한 이후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전 세계 TV와 디스플레이,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면서 한국 기업과의 경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주력 계열사인 폭스콘은 주문자생산 위주 전자제품 제조기업으로 120만명이라는 막대한 인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는 미국 월마트에 이어 전 세계 2위 규모다. 폭스콘의 대규모 생산 기지는 중국에 있다.

그러나 최근 훙하이는 미국 시장진출을 위해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애플 등이 중국 폭스콘에서 위탁생산한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절감인데 현재 중국내 인건비가 오르면서 제품 생산 단가도 함께 오랐기 때문이다. 훙하이의 미국 투자 검토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해외에 진출해 있는 미국 기업들을 다시 미국 내로 불러들이는 정책 공약을 지속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훙하이는 지난달 반도체 시장에 본격 뛰어들겠다고 밝히며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포진한 반도체 산업에서 한층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디스플레이 업체 샤프를 인수한 데 이어 반도체 산업에 진출하면서 ‘제2의 삼성전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궈 회장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일본 자회사 샤프와 협력해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며 “일본 샤프의 부품 기술력과 대만의 반도체 기술, 중국의 엔지니어들을 결합하면 상당한 성장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독일의 스마트TV 솔루션 업체 넷레인지와 손잡고 스마트 TV 시장에 뛰어들었다. 샤프 인수를 마무리지으며 TV 사업 확대를 선언한 훙하이가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글로벌 스마트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훙하이는 또 중국에 8000억엔(약 8조원)을 들여 세계최대 수준의 LCD 패널 공장을 짓겠다고 최근 밝히는 등 규모의 경제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기도 하다. 폭스콘과 샤프는 글로벌 TV 패널 시장에서 합계 점유율 약 20%로 한국의 삼성과 LG에 이은 3위다. 삼성과 LG는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러듯 광폭 행보를 이어가던 훙하이는 지난 14일 발표로 국내외 IT전자업계에 보다 큰 충격을 가져다 줬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LG 등과 경쟁을 통한 간접적 충돌을 예고해 왔다면 이번 공급 중단 발표는 삼성과 훙하이 간 기싸움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훙하이의 자회사인 샤프는 최근 삼성전자 TV사업부에 LCD 패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지난 14일 알려졌다.

특히 공공연히 ‘타도 삼성’을 외쳐온 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TV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야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한국 기업들이 OLED 중심 생산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사이 기습 공격에 들어간 것이란 평가가 많다.

궈 회장은 중화권에서 대표적인 반한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는 수년전 주주총회에서 “일본기업과 손을 잡고 3~5년 안에 삼성전자를 꺾겠다”며 “일본인의 업무 진행 방식을 매우 좋아하는데 그들은 한국인과 다르게 뒤통수를 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4월 샤프 인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업체를 겨낭해 OLED보다 샤프의 LCD 효율이 좋다는 도발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궈 회장의 정치적 행보를 유심히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의 광폭 행보가 향후 대만의 차기 총통선거를 의식한 것이란 관측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당선되자 이에 자극을 받아 오는 2020년 선거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같은 전망은 중화권 일부 언론들을 중심으로 최근 빠르게 퍼지면서 어느 정도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그가 출마할 경우 현 총통인 차이잉원을 낳은 민진당이 아닌 국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관측이다. 대만의 유력 주간지 일주간(壹週刊)에 따르면 지난 1월 총선과 대선에서 참패한 이래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는 야당 국민당이 정권 탈환을 위한 ‘회심의 카드’로 궈 회장을 다음 번 총통선거에 내세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궈 회장은 공식적으로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지만 이후 대만 언론들은 그의 총통선거 출마 가능성 등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여론 조사에서도 가상 대결 시 궈 회장이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